- 잠실·여의도·상암 등 주말마다 2개이상 개최…대부분이 사설행사 사고위험…인근주민은 교통지옥 호소
하지만 대회 특성상 코스가 확보되는 잠실, 여의도, 상암동, 신도림 등 일부 지역에만 몰려 주말에 상습 교통체증을 야기하는 등 이곳 주민들에겐 천국이라기보단 지옥의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잠실에 사는 송모(53ㆍ자영업) 씨는 “건강을 위해 마라톤도 좋지만 일요일 아침마다 대회 때문에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며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공원 측에선 행사가 있으니 양해해달란 말 뿐”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 사는 황모(33ㆍ회사원) 씨도 “이맘때쯤 되면 마라톤 대회가 봇물 터지듯 열리는데 주말에 혼잡할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19일 마라톤 전문사이트 ‘마라톤온라인’에 따르면 대회가 지난해 전국에서 총 351번 열렸고, 이 중 99개가 서울에서 개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서울 어딘가에선 마라톤대회가 매주 두번 이상씩 열리고 있던 셈이다.
다음달에도 서울에서 12개 대회가 예정돼 있고, 벌써 연말까지 50개가 잡혀있다.
국민건강증진 등 마라톤 대회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잦은 주변 통제로 대회가 빈번한 지역 주민들이 받는 피해는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제마라톤 대회 등 대형 마라톤의 경우 서울시의 이미지 제고 등 불편을 감수할 공적 이유를 제공해주지만,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군소 대회의 경우 사설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 시민들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기엔 역부족이란 비판이다.
현재 서울시가 주최하는 마라톤대회는 서울국제마라톤, 서울달리기,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 중앙서울마라톤 등 4개 뿐으로 나머지 90여개 대회는 모두 민간 단체가 여는 것들이다.
특히 서울시나 관할 구청이 4개 대회 외에 민간 마라톤 행사에 대해선 일체 허가ㆍ관리 업무를 하지 않고 있어 무분별한 대회 양산을 방관하고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민간 단체들은 대회가 열리는 시설 기관에 신청하게 돼 있는데, 여기엔 명문화된 자격 요건이 없어 상업적 행사로 악용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많은 민간 마라톤 대회가 언제, 어디서 열리고 있는지 다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대회를 연다고 서울시에 신고할 의무는 없고, 이는 시설을 대관해주는 기관의 몫”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전사고 발생시 민간 주최측이 책임을 지게 돼 있어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한 마라톤협회 관계자는 “구급차나 경호시설은 외부업체에 맡기거나 기존에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기관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마라톤이 자주 열리는 서울의 한 공원 책임자는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는 하지만, 내부 경호나 의료문제는 주최 측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 자전거동호회 회원 윤모(30) 씨는 “마포대교 남단에서 마라톤 참가자랑 부딪혀 상대의 머리가 찢어진 일이 있었다”며 “아무런 통제 없이 자전거도로에 마라톤 참가자들이 들어와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서경원ㆍ문재연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