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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猫약] 사막이 된 거실…모래를 걷어내다
헤럴드생생뉴스| 2015-03-20 09:47
[HOOC=정찬수 기자] 흔히 고양이는 관리가 쉬운 애완동물이라고 말합니다. 배변 교육이 필수적인 개와는 달리 모래통만 준비하면 알아서 일을 보기 때문이죠. 간혹 거실이나 침대 위에서 일을 보는 고양이도 있지만, 이는 화장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동이 아닌 반항이나 불만의 표시인 경우가 많습니다. 깔끔한 성격 때문일까요? 사랑이는 단 한 번도 화장실 외의 장소에서 일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예컨대 화장실이 없는 환경에 놓이면 이틀 동안 배변을 참기도 했죠.

새끼 때 사랑이의 화장실은 종이상자였습니다. 몸집이 작아 큰 화장실이 필요없었고, 종이상자의 관리가 쉬웠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감자를 캔다’고 표현하는 청소만 부지런히 하면 됐죠. 종이상자가 젖거나 더러워지면 다른 상자로 교체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외출 시엔 조금 큰 상자에 모래를 조금 더 담아주면 끝. 집에 돌아온 뒤에는 모래 속에서 감자를 수확하는 재미도 있었죠. 

고양이 모래가 날리는 ‘사막화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은 계속됩니다. 기자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죠.

문제는 모래가 집안으로 퍼지는 ‘사막화 현상’이었습니다. 잘게 부서지는 모래들은 사랑이의 발에 묻어 거실 곳곳에 날릴 수밖에 없었죠. 평소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청소기를 돌리거나 걸레질을 하면 황사와 미세먼지 못지 않은 오염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래들이 코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반려인의 건강에도 당연히 좋을리 없습니다. 모든 집사의 숙명인 셈이죠. 결국 다양한 모래 제품들을 구매해 실험하기에 이릅니다.

고양이 화장실 모래는 쉽게 응고형과 흡수형으로 나뉩니다. 응고형은 말 그대로 소변이나 대변이 덩어리로 뭉치는 형태입니다. ‘감자’라고 말하는 배변 덩어리는 응고형 모래에서 수확합니다. 흡수형은 모래를 거쳐 아래로 가루가 되는 형태를 말합니다. 감자들이 쌓여 더러워지는 것이 아닌 화장실의 아래층으로 통과돼 좀 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단 엉겨 붙은(?) 형태로 인해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죠. 사랑이는 주로 응고형을 사용했습니다. 빨리 감자를 걷어내기만 하면 화장실을 보다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었죠. 

좌변기 훈련용 화장실의 올바른 예와 잘못된 예. 왼쪽처럼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오른쪽.

가격 부담은 여전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은 고양이 모래에서 절실히 다가옵니다. 일반적으로 흡수형이 응고형보다 비쌉니다. 또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들은 더 쉽게 가루가 돼 집안 곳곳에 날립니다. 인체에 비교적 해가 없다는 나뭇가루 재질의 모래는 사랑이가 적응하지 못해 버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결국 가격과 고양이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사가 없는 가을, 겨울에도 거실엔 항상 모래들이 날렸죠.

좌변기에서 일을 보는 고양이들이 부러웠습니다. 물만 내리면 되고 모래를 구매하지 않아도 돼 환경ㆍ비용적으로 효과가 컸습니다. 기자는 바로 좌변기 훈련용 화장실을 구매했습니다. 결과는 낚였습니다. 돈만 버리고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했죠. 사랑이는 낯선 화장실을 꺼리며 며칠이나 배변욕을 참았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실패는 아니었습니다. 훈련용 화장실을 좌변기가 아닌 바닥에 둔 것이죠. 모래를 여전히 사용했지만 패드로 옮겨가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사랑이 화장실 변천사. 모래가 튀지 않는 지붕이 있는 화장실에서 패드용 화장실로 교체했습니다.

적응시간은 필요했지만 만족스러웠습니다. 사랑이는 일을 치른 뒤 플라스틱 주변을 긁는 시늉만 했습니다. 먼지와도 이별하게 됐고 싼 패드를 활용해도 돼 가격 측면에서도 부담을 덜었죠. 이후 가족이 된 소망이는 사랑이의 행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단 큰일(?)은 패드가 아닌 화장실 바닥에 봅니다. 소망이 역시 사랑이의 행동패턴을 보고 큰일은 바닥에서 보더군요. 

‘사막화 현상’은 완벽히 제거됐지만 두번 정도 일을 본 뒤 치워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냄새가 가장 큰 단점이 됐습니다. 큰일의 경우 빨리 치우지 않으면 고약한 냄새를 피할 수 없었죠. 반려인이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퇴근 이후 거실 환기는 필수죠. 하지만 사막화 현상이 원천적으로 사라졌다는 점은 최고의 결실입니다. 모래가 날릴 일도, 발톱에 모래가 껴 더러워지는 현상도 없어졌습니다. 사막화에 지친 집사들도 패드로 갈아타 보면 어떨까요? 물론 인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있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반려인이라면 신중하게 실천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학습능력과 적응력이 뛰어난 고양이에게 놀랄지도 모릅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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