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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보육 리포트] “부모님께 의미있는 시간 ‘선물’…엄마가 행복하니 아이도 행복”
헤럴드경제| 2015-03-23 11:37
누군가에게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선물한다면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할까? 손은애씨는 이러한 참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손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시간제보육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어린이집 교사로 재직 중이던 2010년 어느 날, 한 원아 어머니께서 지친 기색으로 어린이집에 오셔서는 “선생님, 죄송한데, 우리 둘째 잠깐 맡아주실 수 없나요? 한 시간 정도만….” 당황스러웠지만 어린이집 규정상 부탁을 들어드릴 수가 없었다. 쓸쓸히 떠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니 매우 안타까웠다. 손 씨와 동료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며 “한두 시간 정도 짧게 아이를 맡아주는 곳이 있었으면 참 좋겠는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뒤 4년이 흘렀다. 보육 현장을 떠나 한 가정의 아내로 충실히 살아가다가 우연히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던 중 4년 전 동료 선생님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현실로 이뤄진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선명하게 들려왔다고 한다. 

이런 의미 있는 일에 자신도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육아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를 검색했고, 모집 공고를 본 후 지원해 시간제보육 관리자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손 씨는 육아로 지친 어머니들에게는 꼭 필요한 제도라는 생각에 시간제보육 홍보에 주력했다. 시간제보육을 잘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어머니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센터 구석구석을 다니며 시간제보육 대상이 되는 영아를 보면, 그 어머니께 달려가 시간제보육에 대해 설명하고, 이용을 권했다. 또한 어머니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홍보 글도 게시했다. 센터 부모교육 때는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여 교육 때마다 홍보했고, 그 결과 점점 이용자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머니들과 만나 이야기 해보면 시간제보육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등의 리스트를 만들어 전화하면서 홍보 리플렛 비치와 포스터 부착을 요청했다. 긍정적인 곳도 있었지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손 씨는 영업사원도 아닌데 그런 차가운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제보육을 이용하는 어머니들이 웃으며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힘이 났다. 

상담 중 한 어머니에게 시간제보육을 이용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예약하기가 힘들다, 추석 열차 예매하는 것보다 더 치열하다면서 홍보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달라는 농담 섞인 말을 들으면서 은근 뿌듯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약하느라 잠도 잘 못 주무신다는데 어머니들이 오히려 예뻐졌다. 

늘 헝클어진 머리를 질끈 묶고, 아기 띠를 매느라 자신의 옷은 신경 쓰지 못했던 어머니들이 세련되게 염색을 하고, 재취업에 성공해 말끔한 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아이들도 밝아졌다. 엄마가 행복하니 아이들도 행복한 것이다. 

손 씨는 “내 업무는 시간제 보육을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야 말로 참 행복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정환 기자/lee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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