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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보육 리포트]“엄마와 아이 사이 ‘행복 균형’ 찾았어요”
헤럴드경제| 2015-03-23 11:35
류보람 학부모


시간제보육으로 자신의 삶을 다시 찾았다는 어머니들이 많다. 육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하지 못했던 여성들이 다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기업 출신, 1인 기업 대표, S대 대학원생이었던 꿈 많았던 류보람 씨.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사랑스런 아들을 얻었다. 그러면서 엄마라는 이름도 얻게 됐다. 류 씨는 결혼 2개월 만에 찾아온 아이 때문에 너무나 행복했다. 사지가 찢어질듯 한 고통 끝에 신비로운 아들 승호를 만날 수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나무가 클수록 그늘은 넓다고 했던가. 행복만큼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4킬로그램이 넘는 사내아이를 출산하고 나니 온몸 구석구석이 아파 왔다. 아이를 낳으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심적 고통이 찾아왔다. 긍정적인 성격 탓에 큰 우울증은 없었지만, 혼자 갈등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붓기인지 살인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몸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 당장 이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사랑스런 아이를 보면서 그런 마음을 누르고 지냈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났고 아이와의 생활이 적응되어 갈 쯤, 대학원 동기들이 하나둘 졸업하고 이전 직장 친구들이 승진했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뚱뚱해진 몸으로 아이만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속상해 하는 부모님을 마주하게 됐다. 죄책감이 들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아이가 생기니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든 그녀는 하루 몇 시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공부해서 졸업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 아들이 걱정이 됐다. 말도 못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에게 부탁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동네 도서관에서 ‘시간제보육사업’ 안내 전단을 보게 된 그녀는 집 근처 신대방 영유아돌보미센터를 방문했다. 깨끗한 시설과 친절한 상담 선생님의 설명에 신뢰가 갔고 부담 없는 비용에 필요한 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뻤다.

아이를 맡기러 센터에 방문한 첫날, 아이는 선생님을 잘 따르고, 처음 보는 아이도 포근히 품어줄 수 있는 전문성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생님들을 보면서 안심이 됐다. 단둘이 지낼 땐 투정도, 낯가림도 있었던 아이가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만나면서 사회성이 생기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성장해 갔다. 그렇게 아이가 적응해가면서 그녀도 학교에 나가고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대화를 시작하게 됐으며 예전 동료에게서 프로젝트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받았다. 그동안 거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센터에 아이를 잠깐 맡길 수 있어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었다. 일할 때는 프로로서, 쉬는 날에는 아이랑 즐겁게 놀아주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그녀였다.

류 씨는 “시간제보육 덕분에 나의 행복과 아이의 행복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육아로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경력 단절을 예방해주는 시간제보육에 대한 부모들의 호응이 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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