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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틱톡] 세월호와 김재원
뉴스종합| 2015-03-21 08:28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원내수석은 여야가 만나 대화하는 광장의 맨 첫머리에 첨병으로 서야 하므로 때로는 늑대처럼 사납고 여우처럼 교활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청와대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김재원<사진 왼쪽>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직을 물러나며 남긴 말이다. 과연 당 내에서도 탁월한 전략가이자 협상가로 손꼽히는 ‘김재원다운’ 소회였다. 그의 말엔 ‘악역’을 맡은 자의 고뇌가 진하게 묻어났다.

김 전 수석부대표는 이완구 전 원내대표를 도와 세월호 참사 관련 협상을 실무선에서 조율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실제 지난 9개월 임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꼽았다. 

그는 자신이 떠맡아야했던 ‘늑대’와 ‘여우’로서의 역할의 무거움과 어두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전 수석부대표는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천길 낭떠러지로 한 걸음씩 물러서는 일이었다”라며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이 계속되던 동안의 많은 날을 새벽까지 어두운 방구석에 혼자 앉아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예산 규모가 지나치다며 ‘세금 도둑’이라고 언급해 구설수에 올랐던 만큼 그는 수석부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세월호와 관련 “이제 모든 분이 근심을 거두고 편안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랬던 그가 또다시 세월호와 질긴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 전 수석부대표가 세월호 유가족인 유경근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그는 지난해 12월 유경근 4ㆍ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SNS에 허위 사실을 적시해 새누리당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 남부지검에 제출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새누리당 지도부 몇 명이 티타임 미팅을 하면서 ‘가족들이 돈을 더 달라고 한다’ ‘얼마인지 액수도 안 밝히면서 많이 달라고 한다’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등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1주년을 고작 한 달 가량 앞두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은 일제히 김 전 수석부대표를 향해 비난 성명을 냈다. SNS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그는 앞서 원내수석부대표직 다음과 같이 평하기도 했다. “사실은 원내대표와 당 소속 의원들의 명령에 움직이는 ‘하수인’에 불과하고 당의 입장을 생각해 스스로 진흙탕 속으로 기어들어가야 하는 나쁜 직분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나쁜 직분’을 벗어던지고 청와대 정무특보로 위촉됐다. 정무특보는 대통령에게 여론을 전달하고 ‘의사소통’을 돕는 자리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도 1년 가까일 흘렀다. 김 특보가 고소를 취하하고 세월호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길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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