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채기·코막힘에 심하면 아토피까지…감기가 오래간다고?‘맑은 콧물’땐 알레르기 질환 의심을
직장인 정모(29) 씨에게 봄은 ‘공포의 계절’이다. 원인은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정 씨는 봄만 되면 찾아오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출퇴근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는다. 한번 재채기가 시작되면 쉽게 멈추질 않아 주변사람의 눈총을 참아야하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위 사람들은 나들이를 떠나는 봄을 즐기지만 그녀는 집안에서 창문을 닫고 외출 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할 정도여서 그에게는 봄이 추운 겨울보다 싫다.
요즘같이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이 피는 봄이 되면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알레르기로 유발되는 질환으로 발생하며 환경성질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알레르기는 환절기에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황사와 꽃가루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 증가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봄의 불청객’으로도 불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3년 환경성질환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알레르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876만명에 달했다. 이중 가장 많은 환자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로 595만여명이며, 천식 환자가 183만명,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98만여명이었다.
‘여름감기’로 오인하는‘화분병’
꽃가루 인한 알래르기의 가장 흔한 증상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가려움증, 눈물, 눈가려움증 등이다. 심한 경우에는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 천식 증상을 동반할 수 있고 두드러기나 아토피피부염 등의 피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는 봄과 가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자신이 알레르기 질환자인지 모르고 감기라 착각해 ‘감기가 오래 간다’든지 ‘감기를 달고 산다’라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알레르기의 증상은 그동안 알레르기 유발 항원(알레르겐)을 접해 느낌을 알고 있는 우리 몸이 알레르겐을 재접촉함에 따라 내 몸을 보호하는 과정이 알레르기로 변형돼서 발생한다.
증상의 심각한 정도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간지러움 등 다소 가볍게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원을 찾을 만큼 고통스러운 경우도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정희 교수는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이나 가을에 콧물, 재채기, 코막힘이나 발작적인 기침,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경우, 잦은 감기 증상이 있거나 지속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천식과 같은 알레르기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경우 원인 물질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질환의 진행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봄철 알레르기로 인한 결막염 환자 증가
알레르기는 피부에 일어나면 아토피 피부염, 코에 침범하면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에 자리 잡으면 천식, 결막에 작용하면 알레르기 결막염 등 염증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이 가운데 정도가 심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이다.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영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레르기를 계절에 따라 심해지는 증상이라고 가볍게 생각해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고 여기지만 알레르기는 사람에 따라 치명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알레르기로 인한 결막염 환자도 이맘때쯤 유행이라할 만큼 많이 증가한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안과 이상목 교수는 “봄이 되면 한 차례 유행이라 불릴 정도로 알레르기로 인한 결막염 환자가 많다”며 “평소 알레르기가 심한 환자는 꽃가루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기간에 꽃가루가 많은 지역의 야외활동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했다.
‘원인 알레르겐’을 찾는 것이 검사 첫 단계
개인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겐이 다르고 환자 본인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원인 알레르겐을 찾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알레르기피부검사와 혈액검사다. 피부검사는 알레르겐 용액을 피부에 미량 노출시켰을 때 두드러기, 또는 모기물림 현상처럼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원인 알레르겐의 확인은 혈액검사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혈액검사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백혈구의 하나로 알레르기 질환이나 기생충병에 걸린 경우에는 그 수가 증가한다) 비율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알레르기성 인자가 있을 경우 호산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호산구가 5%를 넘어가면 재검사나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최선의 방법은‘적’과 멀리하기
꽃가루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가장 좋은 치료법이자 예방법은 자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겐을 알아두고 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꽃가루의 경우는 공기 중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어 완벽히 피하기도 어려우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집에만 꽁꽁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다.
꽃가루가 날리기 2~3주전부터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알레르기약물들을 계절이 끝날 때까지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증상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원인 꽃가루에 대한 면역치료를 3~5년간 받아서 근본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있다.
의사들이 추천하는 꽃가루 알레르기 예방법은 ▷꽃가루가 심한 날에 실외활동 삼가기 ▷실내 생활 시 창문 닫기 ▷외출 시 긴팔, 마스크, 안경 착용하기 ▷운전 시 창문 닫고 에어컨 사용하기 ▷외출 후에는 옷 세탁하기 ▷손 자주 씻고 샤워하기 ▷물 많이 마시기 등이다. 최근에는 공기청정기가 대중화된 만큼 실내 공기를 필터화시켜 정화하는 방법도 추천된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