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매개 충매화는 관련없어
풍매화·잔디·잡초‘3대 용의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는 예상과 달리 화려한 꽃이나 열매가 달리지 않고, 향기도 없는 아주 평범한 식물들로부터 나온다. 나무, 잔디, 그리고 잡초가 ‘3대 용의자’로 꼽힌다.
이들은 바람에 날리기 좋게 작고, 가볍고, 건조하며, 돌기가 없는 꽃가루를 대량 생산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처음에는 증세가 유사한 ‘여름감기’로 오해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통 여름감기가 7~10일 동안 지속되면서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의 증세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는데 비해 꽃가루 알레르기는 이들 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 노란색의 끈적끈적한 분비물을 배출하는 감기와 달리, 꽃가루 알레르기는 맑은 콧물이 나온다는 점도 다르다.
봄철이면 극성을 부리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대표적인 품종은 ‘풍매화’다. 화분이 작고 가벼우며 점성이 없어 바람에 쉽게 날아가기에 피부에 닿기 쉽다. 또 눈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미세한 크기라 사람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코와 눈, 입 등으로 들어와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풍매화로는 자작나무와 참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느릅나무, 아카시아, 삼나무, 버드나무 등이 대표적으로 주로 4~5월에 꽃가루를 날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봄철이 되면 콧물, 재채기, 눈가려움증, 기침이나 가래, 두드러기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쑥과 돼지풀, 환삼덩굴 같은 잡초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 식물은 주로 가을에 문제를 일으킨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꽃가루를 유발하는 돼지풀이나 떡갈나무 등의 활발한 증식도 꽃가루를 기존보다 많이 만들어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정희 교수는 “전국적으로 벚꽃이나 튤립 등 꽃과 관련한 축제가 많이 열리는데 충매화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킨다는 설은 잘못된 것”이라며 “봄철에는 자작나무, 참나무 등의 수목화분이, 가을에는 쑥, 돼지풀, 환삼덩굴 같은 잡초 꽃가루로 인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벚꽃이나 유채, 진달래, 튤립, 매화, 산수유 등의 곤충을 매개로 수정하는 충매화는 아무 상관이 없다. 따라서 봄철 꽃축제를 즐기는 데 있어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공원이나 산속의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도심에서도 꽃가루에 노출이 되므로 외출은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외출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