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행정부는 대기업, 입법부는 중소기업…‘국회미래硏’에 거는 기대
뉴스종합| 2015-03-24 10:03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국회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행정부는 클 대로 커진 대기업이고, 입법부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는 행정부의 막강한 권한,권능에 비해 국회의 힘이 미약하여 대기업의 하청 업체 꼴이라는 자조적 의미와 입법부가 지금 처럼 약한 존재로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중첩돼 있다고 보여진다.

함영훈 선임기자
상당수의 국가에서 행정부 상시감사 기능을 하는 감사원을 입법부에 두고,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정의를 바로 세우는 기능을 해야 할 검찰을 사법부에 둠으로써, 행정부에 편중된 권력을 3권에 잘 갈라보려는 균형 노력을 제도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나라 예산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의회는 정부안을 토대로 숫자 조정만 하는데 그치지만, 미국 등은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가 민의를 충분히 살펴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나라살림을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국회는 “각하의 뜻이니 법 통과에 차질 없도록 하라”는 지침을 수행하는 ‘통법부’ 또는 ‘거수기’의 오명을 뒤집어 썼고, 심지어 행정부가 빨리 통과시키고 싶은 법안을 친분있고 말 잘 듣는 국회의원을 통해 발의하는 ‘청부입법’ 행태도 노정하고 있다.

입법부가 정당이 아닌 사무처 주도로 작으나마 또 하나의 저항을 시작했다. 감사원이나 예산편성권 쯤 가져와야 명색이 행정부 견제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어서 국회 첫 출연 연구기관을 만드는 것으로 입법부 파워키우기에 나섰다. 물론 그 파워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충정어린 것이어야 한다.

현재 국회운영위원회에 계류중인 ‘국회 미래연구원’ 설립 건은 24일 유승민, 우윤근 양당 원대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공청회를 비롯해 오는 4월까지 각계 여론수렴 및 법안심사 작업을 벌이게 된다.

‘국회 미래연구원’의 위상은 미국의회가 설립한 ‘평화연구소’, ‘우드로윌슨 국제센터’ 등에 견줄 수 있다.

국회는 문건을 통해 “그간 행정부 주도의 연구가 인구정책, 교육정책의 실패에서 보듯, 장기예측 결여에 따른 정책 실패를 유발했고, 부처간 칸막이로 인해 융합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을 뿐더러, 정부의 일방적 방향설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만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장기적 대책과 전략의 필요성이 증대되었고, 입법 및 예산을 통한 국가정책 결정과정에서 국회의 기능이 확대됨에 따라 국가 중장기 전략 연구에 있어 국회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회미래연구원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입법부의 행보가 그간 ‘쫓아가기형(Catch-up)’에서 앞으로 ‘트렌드 선도형(Trend-setter)’ 모델로 전환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인다.

올 하반기 출범해 60억원의 예산으로 41명이 이끌어갈 국회 미래연구원은 앞으로 국가 중장기 과제에 대한 초당적 합의기반을 마련하고, 부처 이기주의를 초월한 국가 비전을 제시하게 된다.

참으로 지당하고 정당한 행보이다. 국회는 이랬어야 했다. 하지만 그간 국회는 행정부 세작이나 ‘주식회사 행정부의 구사대’ 같은 역할을 하던 한 편과 대안없고 맥락 없는 공격으로 존재감만 유지하던 다른 한 편 사이의 격투기장으로 전락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죽하면 “국회의원들 정신차리게 차가운 한강물에 넣어다 건지고 싶지만, 한강물 오염될까 못하겠다”는 말까지 있을까.

이같은 오도된 현실은 자신이 입법부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정치모임의 곗꾼’으로만 스스로를 퇴락시킨 상당수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인식이 그 출발점이었다.

뜻있는 국회의원들이 ’정책 국회‘ 만들기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 미래연이 여의도 격투기장 오명을 씻고 행정부 비대증을 해소하며, 생산적 국회의 밀알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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