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드라마=황금알 낳는 거위’ 시대 끝났다
엔터테인먼트| 2015-03-24 14:20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2013년 기준>

KBS 3억 6700만원

MBC 4억 2200만원

SBS 3억 6000만원

<지상파 3사 총 광고 매출액>

2012년 2조 1304억원

2013년 2조 1359억원

2014년 2조 616만원

<드라마 평균 회당 광고 수익>

2013년 3억 2000만원

2014년 1억 2800만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드라마가 황금알을 낳던 거위였던 시대는 진작에 끝이 났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돌입하며 지상파 방송3사는 물론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까지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자, 경쟁은 극에 달했다. 주중 밤 10시의 미니시리즈, 아침ㆍ저녁 일일드라마에 주말 드라마를 모두 더하니 지난 한 해 방송가에선 무려 100여편의 드라마가 제작됐다. 완벽한 ‘드라마공화국’이다. 

드라마 제작이 자가증식을 거듭하니 지상파 방송3사 드라마PD는 물론 예능PD들까지 답답함을 토로한다. 한 방송사 드라마국 PD는 “제작비는 나날이 치솟고 경쟁은 치열해지니 상생보다는 제살을 깎아먹는 상황이 됐다. 드라마 편수를 줄이는 것이 과도한 경쟁을 막는 방법인데 방송사의 입장에선 쉽지가 않다”고 호소했고, 한 예능 CP는 “드라마 제작비를 편당 3억원이라고 본다면, 6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오히려 더 잘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영진에선 톱스타 캐스팅으로 제작한 드라마 대한 기대효과로 따라오는 광고매출을 더 원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사실 이쯤하면 방송사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드라마 제작 편수는 나날이 늘고 있으나 성공 적중률이 지나치게 미미하니, 손익계산서엔 마이너스만 적힌다.

▶ 회당 제작비 평균 3억원대 시대=지난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는 KBS 3억6700만 원, MBC 4억2200만 원, SBS 3억6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제작된 드라마를 살펴보니 제작비 최고 수준을 찍은 두 편의 드라마가 등장했다. MBC ‘구가의 서’는 회당 6억원으로 24부작 기준 총 144억원이 들었고, KBS 2TV ‘천명’은 회당 5억원으로 24회 동안 총 1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통상 현대극보다는 사극의 제작비가 더 높은 수준이나, 다만 KBS의 경우 광고수입이 전혀 없는 1TV 대하사극에 회당 2억원 정도의 제작비를 투입한다. 현재 방영 중인 ‘징비록’의 총 제작비는 110억원이다. 2015년 현재 최고 7억원에 달하는 드라마까지 등장했고, SBS ‘하이드 지킬, 나’는 회당 제작비가 약 4억원(3억9860만원)이다. 

 

막대한 제작비는 톱배우 출연료와 스타작가 원고료로 50% 이상이 빠져나가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지난해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주연급 3인의 출연료 및 작가료는 드라마 회당 전체 제작비의 평균 55%를 넘어섰다. ‘2012~2013 지상파 3사 드라마 회당 작가료 및 주연배우 1~3인 출연료 평균금액 현황’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작가료는 2300만 원으로 전체 7%, 주연급 3인의 출연료는 7600만 원으로 21%를 차지했다. 드라마 1회당 제작비를 평균 3억 6000만원 본다면 작가료와 주연급 3인 출연료 합산금액이 1억 원에 육박, 전체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을 웃돌며 회당 1억원 이상을 가져가는 톱스타도 숱하다. 배우 현빈부터 송승헌, 장동건을 비롯해 한류의 중심에 있는 스타들은 1억원부터 출연료가 시작된다. 신한류 스타로 성장한 배우 이민호가 대표적이다. 작가들도 만만치 않다. 이름 있는 작가의 경우 3000~5000만원, 특A급 작가는 회당 1억원을 가져가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톱들의 향연’이 볼거리인 드라마라면 주연배우 두 명과 작가 한 명이 제작비의 70%를 가져가는 상황도 나온다. 반면 KBS 단막극의 경우 7000~8000만원의 제작비로 배우들의 출연료까지 충당하니 드라마 현장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만만치 않다. 

 

▶ ‘시청률 하락=광고 매출 부진’=지난 수년간 증명된 드라마 시장의 법칙 중 하나는 출연료와 원고료를 쓸어담는 톱배우와 스타작가가 시청률을 담보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제작된 드라마 가운데 20%를 넘은 미니시리즈는 2014년 2월 종영한 SBS ‘별에서 온 그대’(전지현 김수현 주연)가 유일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하이드 지킬, 나’(현빈 한지민 주연)는 최저 3.5%(닐슨코리아ㆍ전국 기준)까지, KBS2 ‘블러드’(구혜선 안재현 주연)도 23일 기준 3.8%까지 하락했다. 

 
 


























시청률이 곧 광고 매출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드라마 시장의 위기는 바로 ‘시청률의 하락’에서 왔다.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이미 얼어붙은 광고시장은 시청률 1위 드라마에조차 광고를 주지 않는다. 거기에 치열해진 경쟁만큼 나눠가지는 시장 환경에서 시청률까지 부진하니 지난 2014년 드라마 광고 매출은 예년 대비 40% 수준(회당 약 1억2800만원)에 그쳤다. 지난 2012, 2013년 드라마의 평균 광고 판매 수익은 회당 3억2000만 원 정도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14 방송통신 광고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2014년 총 광고 매출액은 2조 616만원으로 전년 대비 3.5%(2013년 2조1359억원) 하락했다. 2012년에는 2조23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사에서 드라마 제작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예능, 교양 장르보다 시청률이 높은 데다 거기에 더해지는 톱스타 캐스팅의 기대효과가 상당했다. 60분 분량의 드라마가 모든 광고를 판매할 경우 회당 30편 가량의 광고를 통해 최대 4억원 가량의 수익을 낸다. 16부작으로 계산하면 드라마 한 편은 광고로만 64억원 이상의 수익을 남긴다. 거기에 한류시장의 최대 수출품으로서 매출이 껑충 뛰니 드라마 한 편으로 한 해 농사를 지어왔던 방송사의 입장에선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인 셈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CP는 “드라마로 돈을 벌고자 하는 구조가 문제다. 스타 캐스팅이 시청률을 보장할 것이라는 발상에 머물러있는데 현재는 드라마를 많이 만들수록, 제작비가 높아질수록 손해가 더 커지는 상황이 됐다”며 “드라마를 상품화하려는 생각보다는 저비용 구조에서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를 통해 자체 품질을 높이고,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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