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항공전문가들 “저가항공, 유지보수 비용 줄이지 않는다”
뉴스종합| 2015-03-25 09:55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대만 트랜스아시아기 48명 사망,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기 162명 사망, 대만 트랜스아시아기 43명 사망 및 실종, 독일 저먼윙스 150명 사망추정’

저가항공 수난시대다. 지난해 7월부터 9개월간 벌써 네차례 대형 인명 사고가 저가항공사 소속 여객기에서 발생했다. ‘저가항공은 과연 안전할까’라는 의문 제기는 그래서 자연스럽다.

24일(현지시간) 150명을 태우고 프랑스 알프스 지역에 추락한 독일 루프트한자 자회사 저먼윙스 여객기사고는 그럼에도 유럽 저가항공 여객기 사고로는 단 두번째다. 앞서 10년전인 2005년 8월 키프로스 저가항공 헬리오스 소속 보잉737기가 그리스에서 추락해 121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가 유럽에선 유일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09~2013년에 각 대륙별 항공사고는 아프리카가 여객기 100만편 당 6.83건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가 2.74건이었으며 유럽은 0.24건, 북미는 0.2건으로 적다.

상대적으로 항공 사고가 드문 안전기록이야말로 지난 10여년간 유럽 저가항공사가 내세운 장점이었다.

2002년 설립된 저먼윙스도 에어버스320기와 보잉737기로 유럽 130곳에 78기로 운행하면서 이렇다할 치명적 사고를 낸적이 없었다.

그런데 저먼윙스와 달리 유럽 저가항공 1위인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2위 영국 이지젯은 경영전략 상 신형기종 도입을 선호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지젯 소속 여객기 기종은 평균 5년짜리다. 신형이 연료비, 유지보수비 면에서 더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여객기는 4~5년에 한번씩 수주동안 점검을 받는데, 신형기가 유지보수비가 적게 든다.

독일 한테른 암제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저먼윙스 사고기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항공 전문가인 자비에 티틀만은 AFP에 “저가항공으로선 유지보수에 투자할 매력이 없다. 그래서 항공기가 연령이 되면 팔아버린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저먼윙스 사고기 A320은 24년 된 상대적으로 노후한 기종이다. 이에 대해 항공전문가 하인리히 그로스본가르드트는 독일 도이체빌레(DW)에 “(24년 된 항공기를 쓰는 것은)완전 정상이다.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비행기도 잘 운행된다. 결국 노후기를 빼는 건 경제적 결정이다. 루프트한자 같은 대형항공사는 유지보수체계가 잘 돼 있고, 노후 징후가 있었다고 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가항공은 서비스 맞춤형 항공기이지, 유지보수 비용을 줄인 항공사란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고 덧붙였다.

티틀만은 “저가가 불편하고, 덜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저가항공사이든 전통항공사이든 동일한 유지보수 규정을 따른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저가항공사는 명성 추락이 곧 수익 악화로 직결되는 만큼 안전기록에 더 민감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24일 프랑스 알프스 지역 저먼윙스 소속 A320기 추락 현장에서 긴급구조 헬기가 대기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루프트한자 유지보수 조직인 루프트한자 테크닉은 명성이 좋으며, 사고기는 지난 23일 정기점검을 받았고, 유지보수 일정대로 2013년에 전면 점검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이익이냐 손실이냐를 떠나 루프트한자를 경영하는 동안 내 마음 속에는 안전이 우선이란 게 깊이, 깊이, 깊이 자리해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320기 조종 면허증을 갖고 있으며 CEO에 오르기 전 여객부문장을 지냈다.

이번 사고는 공교롭게 루프트한자의 조종사 파업 중에 터져나왔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경쟁 심화로 수익이 악화되자 뮌헨과 프랑크푸르트를 거치지 않는 모든 유럽 직항편을 자회사인 저먼윙스로 이전한 바 있다. FT는 저먼윙스의 비용구조는 노조의 조종사 보호 때문에 이지젯이나 라이언에어보다 높다고 전했다.

한편 유럽 저가항공사는 중단기 노선 시장의 30~40%를 점유하고 있다. 라이언에어가 보잉737기 300대를 보유하며 매일 30개국 186개 공항에 1600편을 운행한다. 영국 이지젯은 에어버스320기 226대로 매일 1400편 운항한다. 에어베를린, 부엘링, 위즈에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저먼윙스는 시장의 5%를 차지하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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