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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박세리 키즈’와 ‘김연아 키즈’
엔터테인먼트| 2015-03-25 11:03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23일 ‘틴에이저(10대)가 피닉스에서 승리했다’는 제목으로 한국여자골프 김효주의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우승기사를 전했다.

김효주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쥠으로써 올해 열린 LPGA투어 6개 대회를 한국계 선수들이 모두 휩쓰는 쾌거를 달성했다. 최나연, 김세영, 양희영, 박인비에 이어 김효주가 우승을 차지했고,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도 우승자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작년 11월 박인비가 푸방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10개 대회에서 연속 한국계 선수가 정상을 차지했다. 전례없는 일이다.

이들은 모두 ‘박세리 키즈(kids)‘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맨발투혼‘으로 우승하는 것을 보며 골프 신데렐라의 꿈을 키운 이들이다. 한국 국적의 선수로는 이번 JTBC 파운더스컵 우승자인 김효주가 만 19세로 가장 막내이다. 김효주는 대표적인 박세리 키즈인 최나연처럼 대원외고를 거쳐 국내 정상에 오른 뒤 본격적인 해외무대에 진출했다.

한국여자골프는 박세리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박세리가 한국여자골프에 끼친 바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박세리 이전에는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렀던 한국여자골프는 박세리가 미국 LPGA에 본격 진출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박세리의 성공에 감화를 받은 이들은 부모의 적극적인 뒷바라지와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면서 박세리 키드로 속속 탄생할 수 있었다.

박세리 키즈의 공통된 특징은 서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선의의 라이벌 경쟁을 하고,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며 끊임없는 자기연마를 한다는 점이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 아침에 “골프여제 스테이시 루이스와 한 조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루키인 나는 이기는 것보다 그녀한테 많은 것을 배운다는 데 신경을 쓰겠다”고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10번홀 티샷이 벌집이 있는 나무 밑으로 떨어져 큰 고비를 맞았으나 차분한 평상심으로 보기로 잘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여러 선배 언니들로부터 많은 실전과 경험을 통해 배움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세리 키즈는 수십년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여자양궁과 같이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음을 여자골프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의 쾌거를 이루고 한국피겨를 일약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김연아의 뒤를 이어갈 ‘김연아 키즈’를 기대해보는 것은 과연 성급한 일일까. 척박한 환경의 골프처럼, 피겨도 빙상장의 절대부족으로 인재를 발굴하기에 많은 외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박세리 키즈처럼 김연아에 감화를 받고 분발을 한다면 김연아 키즈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유망주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경기력을 키워 나간다면 피겨도 세계적인 수준에 오를 수 있으리라 본다. 김연아 키즈가 박세리 키즈처럼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도록 선진국 수준의 빙상장을 확보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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