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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버드맨’ 만든 아논밀천의 성공밑천은 ‘스파이’경험?
뉴스종합| 2015-03-25 10:53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성우 인턴기자]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성공한 유대인 사업가다. 또한 ‘노예 12년’, ‘나를 찾아줘’, ‘버드맨’ 등 굵직한 명화를 세상에 선보인 ‘슈퍼리치’ 영화 제작자다. 아울러 이스라엘 정보부에서 활동한 ‘스파이’로도 유명하다. 그의 이름은 아논 밀천(71). 미국 최대의 영화제작사 중 하나인 ‘뉴 레전시 필름’의 소유주다. 아논 밀천은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에 이어 영화제작자 자산 순위 2위다. 

버드맨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함께한 아논 밀천(오른쪽).

아논 밀천이 최근 제작한 영화 ‘버드맨’. 이 영화는 왕년에 헐리우드스타였던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9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제작비는 1800만 달러다.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4관왕을 받았다.

그가 세간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스파이 경험이다. 지난 2013년 아논 밀천은 이스라엘의 채널 2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우브다’에 출연해 ‘조국’ 이스라엘의 스파이로 활동한 사실을 밝혔다. “나는 조국 (이스라엘)을 위해 일을 했고, (그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라캄(Lakam)’에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학, 군수물품과 관련된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었다. 핵 무기를 포함한 다양한 군사문제에 관여했고, 87년 미 해군과 마찰이 생겨 이후 문을 닫았다고 한다.

밀천은 스파이로 활동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 군수 물품 거래를 중개했다. 그리고 흑인을 탄압하던 남아공 백인정권의 유지를 위해 활동하기도 했다. 남북전쟁기 흑인의 아픔을 담은 영화 ‘노예 12년’은 그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속죄를 담고 있다.

아논 밀천은 1944년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가정에서 출생했다.

그는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면서, 21세의 나이로 비료공장을 물려받는다. 그리고 이 회사를 굴지의 화학회사로 성장시킨다. 경영자로 활동하며 런던경제대에서 박사학위도 받는다.

그리고 1978년에는 평소 관심을 갖던 영화계로 뛰어든다. 리처드 버튼 주연의 영화 ‘메두사’로 제작자에 데뷔한 것이다. 그가 스파이로 활동하면서 영화일까지 한 것인 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버드맨 포스터

그는 1983년에는 스콜세지 감독의 ‘코미디의 왕’으로 미국 영화계에도 진출한다. 아직도 친구이자 동업자로 남아 있는 마틴 스콜세지, 로버트 드 니로와의 인연은 이 기간에 시작됐다.

1990년에는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 ‘귀여운 여인’의 제작을 맡는다. 결과는 ‘대히트’. 아논 밀천은 이 영화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 이 영화 후 할리우드엔 로맨틱 코미디 붐(Boom)이 일기도 한다. 

아논 밀천이 제작한 ‘귀여운 여인’과 ‘코메디의 왕’ 포스터

아논 밀천은 이후에도 ‘JFK’,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등의 영화로 흥행을 거둔다. 이 두 영화는 액션 및 첩보영화로 그의 스파이경험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에는 그가 제작한 영화 ‘나를 찾아줘’, ‘노예 12년’, ‘버드맨’이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렇게 그가 지금까지 제작한 영화가 120편이 넘는다.

2015년 포보스의 ‘빌리어네어 리스트(Billionaire List)’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51억 달러로 세계 301위였다. 전년도 319위에서 18계단이나 상승했다. 포브스는 이를 제작한 영화들의 성공으로 꼽았다. 그가 소유한 방송사의 실적 부진에도 지난해 성공을 거둔 영화 ‘버드맨’과 ‘나를 찾아줘’ 덕택에 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렇게 영화제작자로 성공한 밀천이 이스라엘의 ‘스파이’로 알려지면서 많은 비평가들이 할리우드 영화의 친이스라엘 행보에 비판을 가하고 있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스파이로 활약한 그의 영화에 ‘친이스라엘’적 색채가 들어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논 밀천은 ‘우브다’와의 인터뷰에서 “내 개인적 활동과 영화 제작을 철저히 분리하려 했지만 때때로 뒤섞였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2013년 이스라엘의 방송에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나온 아논 밀천(오른쪽). (출처=하레츠 홈페이지 캡처)

ks00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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