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옥상·베란다에 ‘녹색행복’…난 시티파머다
뉴스종합| 2015-03-25 11:02
#서울 성북구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주부 홍유리 씨는 1층에 대형마트가 있어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 싱싱한 야채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가는 일반적인 주부들과 다르다.

이유는 있다. 그는 반찬거리를 베란다에서 주로 해결한다. 베란다에는 싱싱한 채소들이 줄을 맞춰 곱게 자리를 잡고 있다. 남편이 베란다에서 싱싱한 고추와 상추를 수확하면, 수확한 채소들은 부엌을 통해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로 재탄생한다.

최근 먹거리에 대한 ‘안전’ 인식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채소에 대한 엄마들의 열망이 높아만 가고 있다.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이 바로 우리아이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베란다에서 직접 채소를 길러 먹는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이 봄 햇살이 따뜻해지면서 베란다에 스티로폼 박스를 들이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열망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옥상 등에 텃밭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와 주택의 베란다, 옥상을 활용해 친환경 농산물을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인 ‘시티파머(City Farmer)’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시티파머인 홍 씨는 “베란다 농사를 지으면서 비싼 야채 값을 아낄 수 있어 생활비 부담이 줄어들며 취미생활도 돼 삶에 즐거움이 더해진다”며 “베란다 농사는 우리 가족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가족이 함께 키우는 재미까지 더해져 가족들의 ‘힐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우리 가족 건강 비결은‘베란다’에 있다?

최근 가수 이효리가 제주도 신혼집에서 직접 채소를 키워 요리하는 모습이나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집 마당에 텃밭에서 즉석으로 싱싱한 채소를 따서 요리하는 모습 등이 전파를 타며 화제가 된 적 있다. 유명인 뿐만 아니다. 이처럼 주말농장이나 가족들이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모습을 시민들 사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베란다 농사를 짓고 있는 조정희 씨는 7년째 집에서 채소를 키우고 있다. 적은 노력으로 싱싱한 채소를 집에서 직접 그때그때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작했다고 한다.

분리수거 할때 집에서 먹다 남은 PT병으로 모종 화분을 만들고 스티로폼은 모아뒀다가 텃밭으로 활용한다. 그의 주 메뉴는 상추나 깻잎 그리고 고추 등이다. 최근에는 방울 토마토도 키우고 있다.

조 씨는 “모든 생필품을 마트에서 해결하던 때보다 식비가 20%는 줄어든 것같다”고 했다. 돈 맛 때문은 아니다. 베란다 농사를 짓고 나서 식비 절약 뿐만이 아니라 즐거운 소일거리가 생겼고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에서 얼굴도 모르던 옆집 사람들과 이웃사촌이 됐다. 베란다 농사(?)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옆집 또는 앞집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였고 그 비법(?)을 전수하면서 어느새 친해진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 1평 공간의 텃밭은 이처럼 아파트의 잿빛 삶을 녹색으로 바꾸었다. 도심 내 밭 일구기로 대변되는 ‘도시농업’은 최근들어 이같이 무한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집 옆에 방치된 땅이나 옥상ㆍ베란다 등에 자신이 먹을 채소를 키우는 데 머물지 않는다. 가족ㆍ주민 단위에서 진화해 직장 옥상에도 텃밭이 생기며 공동체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는 흐름도 익숙한 트렌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4월 압구정동에 위치한 본사 옥상에 ‘하늘농장’을 만들었다. 기존 삭막했던 옥상을 활용해 직장생활의 재미를 위한 공간을 준비했다. 농장을 개장한 지 1년 됐지만 현대백화점의 ‘하늘농장’은 단순한 텃밭의 개념을 뛰어 넘어 직원들간 소통의 창구역할까지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본사 41개팀 중 신청을 받아 32개의 팀을 선발했는데, 전원 신청하는 등 사내의 관심도 뜨거웠다”며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베란다 농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관련 원예용품의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해 4월 모종삽과 물뿌리개 등 원예용품의 판매가 2013년 동기 대비 40.6% 증가했다. 오픈마켓 옥션은 텃밭 재배용 상품의 판매가 2013년 대비 지난해 50% 증가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 웃음 부르는 ‘감성놀이터’

베란다 한쪽에 싱그러운 초록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한 순간,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즐거움과 호기심이 가득한 비명이다. 아이들은 매시간마다 베란다로 달려가 초록생명의 변화에 호기심을 갖는다.

케이스는 많다. 주부 이미영 씨의 아이들은 6살과 2살. 아이들은 베란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베란다 주위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단순히 가족들의 안전먹거리를 위해 시작했던 베란다 농사.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자, 엄마 혼자 가꾸는 텃밭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가꾸는 텃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물주기 등 아이들도 농사짓기에 동참을 시켰다.

이 씨는 “유기농 채소라고는 하지만 사실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집에서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먹거리에 대해 걱정거리가 일부 사라짐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생태교육현장을 만들어 준 느낌이 들어 너무 좋다”고 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채소를 잘 먹지 않았는데 베란다에서 텃밭을 가꾼 후에는 채소를 좋아하게 돼 식생활교육에도 도움이 됐으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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