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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전문대卒 취업 ‘바늘구멍’
뉴스종합| 2015-03-25 11:13
전문대 취업률 부풀리기 논란속
전공불문 ‘묻지마취직’ 성행…그나마 실제 응시땐 미끄럼 일쑤


#. 전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유모(27) 씨는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기 위해 벌써 3년째 건설사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재학 당시엔 과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고, 4년제를 졸업해야만 딸 수 있는 기사 자격증 등도 땄지만, 취업 문은 좁기만 했다. 유 씨는 “전문대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대졸보다 낫다곤 하지만, 그건 전공을 살리지 않았을 때의 얘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어도 취업을 못하는 이른바 ‘대졸백수’가 넘쳐나자, 정부는 특성화고교나 전문대 진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성화고나 전문대 졸업자들에게도 취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졸업자 상당수는 “원하는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직업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학교에 진학했는데, 외려 전공을 살리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최근 취업 불황으로 ‘대졸백수’가 넘쳐나는 가운데, 특성화고와 전문대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취업 재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 졸업생들은 체감 취업률이 그리 높지 않다며 “원하는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전문대에 취업했는데 외려 전공을 살리는 일이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25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분석한 ‘2015년도 학력별 취업여건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2년 60.8%던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은 지난해 61.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56.2%에서 54.8%로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졸 취업자의 경우 전체 취업자의 39.5%에 육박하는 1010만5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같은 통계와는 달리 이들의 체감 취업률은 일반대학 졸업생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교육부가 발표한 전문대 취업률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부 전문대에서 야간과정에 다니는 직장인 등 입학 당시 이미 취업상태에 있던 학생들까지 졸업생 취업자에 포함시킨 것이다.

IT 관련 특성화고교를 졸업한 A(25) 씨는 “전공을 살려 IT 회사 입사를 준비했지만 번번이 미끄럼만 타고 결국 요리 학원을 다니고 있다”면서 “이 분야는 특히 기업들이 대졸자들을 선호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 경쟁률도 만만찮다. 중공업계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전문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생산직 구직 공고를 내면 어마어마한 취업준비생들이 몰린다”며, “경쟁률이 자그마치 300대 1에 달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을 해도 유 씨의 사례처럼 전공 등과 관련 없는 ‘묻지마 취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전공과 직업의 일치도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학력 수준이 낮을수록 자신의 직업과 전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높았다.

대학원 졸업자의 72.6%가 자신의 직업과 전공이 일치한다고 답한 반면, 특성화고 졸업자의 경우 22.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전문대 졸업자는 36%가 일치한다고 응답했다.

올해 전문대 항공스튜어디스과를 졸업했다는 엄모(22ㆍ여) 씨도 “승무원이 되고 싶어서 가장 적합한 과에 들어갔는데 막상 학교에 다니며 전공을 살리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나를 비롯해 동기들 중 전공을 살려 취업한 경우는 10명 중 3명밖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업 훈련 학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직무 능력이나 임금 등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 미스 매칭이 되는 부분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혜림ㆍ장필수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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