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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광장-신율]협상의 정치학
뉴스종합| 2015-03-26 11:03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이 맨날 주장하던 이념 투쟁적 구호가 사라지고, 그 대신 생활 정치에 대한 구호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상당히 바람직하다.

그런데 야당은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이제야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 야당은 정부안이 나오면 본인들의 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주장하다 이제야 안을 내놓았는데, 이 부분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도대체 왜 정부안이 나와야 자신들의 안을 내놓겠다는 건지, 자신들이 먼저 안을 제출하면 무엇이 문제가 된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가기 때문이다.

협상의 상식은 상대의 안과 자신의 방안을 놓고 절충하고 타협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 3일을 앞두고 이제야 안을 내놓으면 3일 안에 타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지 묻고 싶다. 어떤 안이든 일단 내놓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절충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뿐이 아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 문제와 관련해서 이른바 ‘김태일 안(案)’에 대한 야당의 입장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이것은 고려대학교 김태일 교수가 제시한 안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기존의 여당 안에 따르면 현재 재직 중인 공무원은 월 소득의 10%, 신규 공무원은 4.5%를 보험료로 낸다.

김태일 안은 신규 공무원의 경우 덜 내는 보험료 만큼 일정액을 공무원연금공단의 개인 계좌에 넣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구조개혁을 하되, 공무원이 월급의 일부분을 개인 저축계좌에 넣으면 사용자인 정부가 일정 비율을 보태주는 매칭 펀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방식과 유사한 개혁안을 과거 유시민 전 의원이 2008년 공무원연금 개편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안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적연금 시장이 확대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물론 17일에는 야당의 입장이 조금 변했다고는 하지만, 유시민 전 장관도 주장했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안을 일단 반대하고 보자는 야당의 태도는 문제라는 생각이다. 협상을 할 때는 상대의 의견에도 일단 귀를 기울이는 것이 상식이라고 할 때 이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는 말이다.

협상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지금 정부와 청와대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ㆍTHAAD)와 아시아투자개발은행(AIIB)의 가입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와 청와대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외교적으로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외국과 협상을 할 때, “국내에 이런 목소리가 많아 좀처럼 당신 얘기를 그대로 들어줄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이런 다양한 목소리가 제공한다는 말이다.

그런 다양한 목소리 중의 하나가 이번 김무성 대표의 “북한은 핵보유국” 발언이라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24일 부산 해양대에서 열린 ‘청춘무대 김무성 토크쇼’에서 “이 발언은 문제가 있겠지만…”이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핵실험을 두 번 내지 세 번 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걸 두고 김무성 대표가 말실수를 했다느니, 뭐니 하며 비판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실수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집권 여당의 대표가 이런 발언을 함으로서 중국을 상대로 한 정부의 AIIB 협상에서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정부의 협상력이 높아지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두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외교 차원에서의 협상 과정을 잘 모르고 하는 비판이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여든 야든, 정부든 정치권이든 협상력을 키워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차원에서 지금의 두 가지 극명한 협상 사례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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