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상왕십리 부근의 한 돌담에서 촬영한 제비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
제비꽃은 어느 환경에서나 잘 자라고 번식력도 좋아 봄이면 도시와 농촌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들꽃입니다. 봄이면 거리 조경을 위해 많이 식재하는 꽃인 팬지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삼색제비꽃이죠. 흰색, 노란색도 있지만 도시에선 보라색 제비꽃이 가장 많이 보입니다.
꽃 이름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겨울을 나러 남쪽으로 날아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꽃이 피기 때문에 제비꽃이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고, 꽃의 모양과 색이 제비를 닮아서 제비꽃이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습니다. 꽃 이름의 유래와 상관없이 작지만 화사한 꽃은 봄을 물고 날아오는 제비처럼 그저 반가울 따름입니다.
도시의 빈틈을 파고들어 자그마한 화단을 만드는 제비꽃은 개미와 오랜 절친입니다. 제비꽃이 피어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개미들이 바쁘게 돌아다니죠. 제비꽃의 씨앗에는 젤리 상태의 지방산 덩어리 엘라이오솜(Elaiosome)이 붙어있는데, 이는 개미 유충에게 좋은 영양분이 됩니다. 개미는 이 엘라이오솜을 취한 뒤 씨앗을 집 근처에 버리고, 제비꽃은 개미를 통해 씨앗을 널리 퍼트리죠. 제비꽃과 개미 모두에게 유리한 ‘윈윈(Win Win)’ 관계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늘 이들과 같다면 더할 나위 없을텐데 말입니다.
제비꽃은 바닥에 붙어 자라는 터라 들여다보려면 몸을 낮춰야 합니다. 이 때 제비꽃은 꽃말인 ‘겸양(謙讓)’으로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혹시라도 그 모습이 어여쁘다고 꽃을 꺾진 마세요. 봄날의 나른한 꿈은 그 자리에서 꿀 때 가장 달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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