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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사망선고”…KBS, ‘일베 수습기자’ 임용 놓고 시끌
뉴스종합| 2015-03-31 08:50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른바 ‘일베’ 기자 채용을 앞두고 KBS가 시끄러워졌다. KBS 내 대다수 구성원에 해당하는 11개 직능별 협회가 지난 30일 오후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활동을 한 수습기자의 정식 임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는 11개 직능단체(KBS기술인현회, 기자협회, 경영협회를 비롯해 방송그래픽협회, 여성협회, 아나운서협회, 전국기자협회, 촬영감독협회, 촬영기자협회, 카메라감독협회, PD협회)가 공동 기자회견문을 발표, “KBS 내부의 모든 구성원은 ‘일베 수습기자’의 기자 임용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기자 한 사람의 채용이자 보도국 차원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닌 공영방송 KBS의 앞날을 건 한 목소리였다. 
[사진제공=KBS본부]

일베 수습기자의 채용을 반대하는 이유로 단체들은 “국민들의 수신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공적 가치를 언급했다.

이들은 “KBS는 우리 사회 다양한 갈등의 거시적 중재자이자 공적 가치의 수호자이며, 권력을 견제하고 자본을 감시하며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모든 형태의 차별을 거부한다”며 “특정지역과 특정이념을 차별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몰상식과 부도덕은 KBS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장기간 무차별적 조롱과 야유를 공공연히 일삼아 온 폭력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회원이 KBS의 기자가 되는 것은 공정성, 신뢰성이 생명인 공영방송 KBS에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KBS본부]

단체들은 “수습기자 임용절차 중단과 신입사원 공개 채용 절차의 전면 보완”을 강조,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KBS 전체 구성원들은 조대현 사장 불신임 운동 등 다양한 현태의 합벅적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KBS 공채 42기로 입사한 해당 수습기자는 KBS 입사 이전 ‘일베’에서 활발히 활동한 회원임이 밝혀지며 이른바 ‘일베 기자’ 논란이 일었다. 이 수습기자는 일베에 “여직원들이 생리휴가를 가려면 생리를 인증하라”는 등의 내용을 비롯해 음담패설, 여성 혐오 및 특정 지역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다수 올렸던 것이 KBS 기자들의 익명게시판에 올라오며 파장이 커졌다. 이후 내부에서는 해당 수습기자의 임용 반대 요구가 커졌으며 이후 수습기자는 경찰서가 아닌 내근 위주로 3개월간 근무했다.

‘일베 수습기자’의 임용을 놓고 특히 한 기수 선배인 41기 기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드러내지 않은 채 더 올바르지 않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여성 비하와 혐오, 지역이나 이념 비하가 바탕하고 있는 기자가 어떻게 객관적인 취재를 할 수 있겠냐”며 “후배로 받아들일 수도 같이 일할 수도 없다”는 반응들이 두드러졌다.

11개 직능별 협회들의 기자회견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일베 기자’ 사태에 선발권을 행사한 조대현 사장과 경영진이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는 사이에 수습 3개월 다 지나갔다”며 “이 같은 사태에 대처하는 경영진의 이중적인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앞서 KBS는 ‘일베’ 기자의 임용 여부를 놓고 자체 감사를 벌였으나 “임용을 취소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알려졌다.

KBS본부는 이에 “대법원 판례, 채용 공고, 인사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법률 검토해 본 결과 ‘임용 취소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상 허구였다”며 2014년 채용공고 당시 수습기간 종료 후 소정의 심사를 거쳐 적격자에 한해 임용한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34조(수습평가) 3항에 의해 수습기간 연장 및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 등을 들며 조대현 사장과 경영진의 조치를 요구했다.

현재 KBS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해당 기자의 임용과 관련해 아직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BS 42기 수습기자들은 4월 1일 정식임용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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