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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김상복]임원에게 필요한 건 개인비서만이 아니다
뉴스종합| 2015-03-31 11:02
기업임원, 조직리더에게 필요한 건 개인비서나 개인기사만이 아니다. 이제는 그들 옆에 개인코치가 있어야 한다. 기업 위기는 주머니에 가득한 일상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역량인 최고 임원진에게 필요한 복지는 무엇인가? 개인비서와 운전기사 보다 더 필요한 것이 개인코치다.

임원이 되기까지 얻은 경험과 사례는 개인 것이 아니다. 조직을 위해 매 순간 판단하고, 밀고 나가기 위해 온갖 지혜를 동원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지혜를 꺼내 조직에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치 ‘북치고 행진’하는 일과 같다. 그러면서도 지치거나 소진 되진 말아야 한다.

임원이 가는 행진 방향으로 조직이 뒤 따르고 그가 울리는 북 소리에 부하직원들이 힘을 얻는다. 발걸음은 앞으로 방향을 조준하고 손은 북을 두드린다. 머리 속으로는 끊임없이 판단하고 결정을 위해 자기 안의 자신과 대화를 한다.

행진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이렇게 소진되면서도 번 아웃(burnout)은 결코 피해야 한다.

‘우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면 좋겠다. 술 없이도, 해결과제 없이도 조건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정말 소원이다. 하지만 그리 쉬운가? 또 그렇게 마음이 한가하진 않다.’ 한 CEO의 말이다. 말은 이렇지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소망을 충족하길 원한다.

나를 변명하기도 하고, 내 영웅담을 자랑하기도 하고, 남을 조종하고 통제하고 싶은 욕망을 실현하기도 하는 그런 ‘공간’에 대한 갈증은 숨길 수 없다. 이런 과정이 곧 자신의 최대치를 위한 축적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EO 역시 그것을 원했을 지 모르겠다.

몇 해전 일본 드라마 ‘필담 호스티스’가 떠오른다. 청각장애인이 온갖 어려움을 딛고 성장하며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스스로 극복하며 일본 긴자의 유명한 호스티스가 된 성공이야기 이다. (사토 리에 ‘들리지 않아도’) 그녀에게는 매일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클럽을 방문하지만 듣지도 못한 채 짧고 강한 필담으로 위로한다.

그날 하루 술책과 아부, 정치적 상황으로 피곤했던 일본의 큰손들에게 필담은 큰 위로가 되었다. 손님이 원하는 꼭 필요한 무엇을 제공한 것이 틀림없다.

자신이 털어 논 이야기가 선 밖으로 나가 허공으로 소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야기 하는 공간에 쌓여 있다가 스스로 궁금해 쳐다보면 자기가 한 이야기가 온전히 자신에게 새롭게 들려 온다. 메아리가 불시에 들려와 몸에 성찰의 진동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아마 상대방이 내 말을 깊게 진심으로 들어주고 반응해 주면 나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에 취할 수도 있고 내 이야기 에 내가 깨닫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서비스가 개인코치가 하는 일이다.

북치고 행진하고 탈진을 방어하며 자신의 지혜를 계속 꺼내 써야 하는 이 시대 조직의 리더, 기업의 임원과 CEO에게 필요한 건 개인비서만으로는 부족하다. 개인코치는 감정의 평온함을 유지해 지혜가 쉽게 드러나게 하고 분명하게 행동하도록 지원한다. ‘지혜발현에서 심리경호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뛰는 임원과 나란히 달리며 숨소리의 변화를 감지해 행진 속도를 알아차리게 해 주며 북소리 박자를 튠업하게 한다. 코치는 CEO, 임원이 겪고 있는 불안과 고(高)성과자의 우울 진동을 함께 겪을 것이다.

기업가치 확대, 새로운 도전, 시장과 사회 변화에 조응한 적응적 변화(adaptive change)를 위해 기업 자원 중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기업의 최고 핵심역량인 CEO자신과 임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개인비서만이 아니다. 임원 실에 갇혀 홀로 늪에 빠져 있다면 자기 머리 채를 잡고 나올 수는 없다. 사막을 홀로 걷고 있다면 오래 걸을 수 없다. 이제는 개인코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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