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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의 제물’되는 10대 가출소녀들…
뉴스종합| 2015-03-31 11:04
1955년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의 주인공 롤리타는 소녀를 향한 중년 남성들이 갖는 욕망의 대명사로 불린다. 2015년 한국도 롤리타를 찾는 욕망의 남성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가출 10대 소녀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이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성매매 알선자들이 생활비와 유흥비에 목이 말라 있는 가출 소녀들을 강압수단으로 유인해 몸을 팔게 한 뒤 중간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충북에서 어머니와 언니와 함께 살고 있던 14살 여중생 한모 양은 작년 11월 어느날 ‘잠시 바람 쐬고 오겠다’는 쪽지만 남기고 가출했다. 하지만 바로 생활비가 떨어져 그 다음달 서울에서 성매매 알선업자 박모(28)씨를 알게 됐다.

지난 26일에도 한양은 박씨의 중개 하에 모바일 채팅 앱에서 IT 기기 해외직구 구매대행업을 하는 김모(37) 씨를 만나게 된다.

박씨가 앱에 ‘빠르게 뵐 분’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만들어 올렸고 이를 본 김씨가 연락한 것이다.

이내 김씨와 한양은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모텔로 들어갔고, 박씨는 인근 PC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 의심스러워 모텔로 들어간 박씨는 이미 침대 위에 숨진 채 누워있는 한양을 발견하게 된다.

한양은 코와 입이 막힌 상태에서 목이 졸린 채 질식사를 당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도주한 김씨를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안산에서도 스마트폰 채팅으로 알게 된 10대 가출소녀들에게 10여차례 성매매를 시키고, 변태적인 방법으로 성폭행까지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3일엔 같은 10대 남학생들이 잠잘 곳을 마련해주겠다며 가출소녀들을 유인, 시키는대로 안하면 일본에 팔아넘기겠다는 식의 협박과 폭행으로 하루 평균 2, 3회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청소년성폭력 상담소장은 “요즘 가출팸(패밀리)들은 아예 처음부터 성매매가 가능한지를 물어보고 들여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성매매 알선하는 사람들은 PC방에서 집에 잘 안들어가는 아이들을 꼬셔 놀자고 하다 성매매로 발을 들이게 한다”고 말했다.

또 “성매매 알선업체들이 인터넷 때문에 점조직처럼 돼 정확히 얼마나 활동을 하고 있는지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가출소녀들이) 성매매를 오래하면 할수록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성매매 알선자들이 생활비와 유흥비에 목이 말라 있는 가출 소녀들을 강압수단으로 유인해 몸을 팔게 한 뒤 중간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김명섭기자/msiron@heraldcorp.com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또래 포주들이 지능장애 있는 가출소녀들을 대상으로 폭행을 행사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출 청소년 수는 해마다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연도별 18세 미만 실종아동ㆍ청소년 접수 현황은 지난해 2만1591명을 기록했고 매해 2만명이 넘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가출소녀들의 성매매는 90%가 지하철역 500미터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가 지난 2012년 발표한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공간패턴 연구(가출 청소년 398명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청소년 성매매 10건 중 9건이 신림역, 청량리역, 외대앞역,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84.6%가 여자청소년이었다.

성매매 경로로는 번개 및 조건만남이 53.2%로 가장 많았고, 노래방도우미(14.7%), 보도방(14.1%), 키스방(3.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경원ㆍ이세진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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