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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기자의 채널고정] ‘아빠를 부탁해’, 연예인 집도 다르지 않네요
엔터테인먼트| 2015-03-31 14:25
김성진=훈훈하지만 보통 아빠와 보통 딸은 못 나오는 프로그램 ★★
고승희=연예인집이나 우리집이나…간간히 지루해도 처음으로 공감 가는 가족예능 ★★★
이혜미=‘가깝고도 먼’ 부녀관계, 공감할 수밖에 ★★★
정진영=‘딸의 데뷔를 부탁해’로 흘러갈 것 같은 불편한 예감 ★☆
<엔터테인먼트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물론 단언은 못 하겠다. 하지만 지구상에 결코 수월한 부녀관계란 없다. 시작하는 연인들도 아닌데 한 걸음 다가서려니 서로의 눈치를 보게 되고, 빚쟁이도 아닌데 슬슬 피하기 일쑤다. 우리집은 아니라는 반기는 착각으로 넣어두자. 그래봤자 ‘동상이몽’이다.

연예인 가족예능의 막차를 탄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50대 아빠와 20대 딸의 관계를 조명한다며 ‘관찰카메라’를 집 안 구석구석 달았다. 이미 숱하게 접해왔던 스타 가족의 일상은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그림이었다. MBC ‘아빠! 어디가’로 시작해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로 이어진 아빠와 자녀들의 이야기가 연령대를 바꿔 안방을 찾은지 2주차다.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SBS ‘아빠를 부탁해’는 지난 21일부터 토요일 오후에 편성되며 시청자와 만났다. 2주 연속 전국 기준 6.9%를 기록,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장밋빛 연인들’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TV 시청층으론 가장 강력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2049 세대의 관심이 높다. SBS에 따르면 1회 방송 당시 49세 이하 연령층 비중이 77%, 2회에선 76%를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꽤 긍정적인 반응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지만, 출발 당시부터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미 차고 넘치는 가족예능의 ‘재탕’이라는 점, 20대가 된 연예인 2세들이 대학 연극영화과(이경규 딸 이예림, 강석우 딸 강다은)에 재학 중이거나 연기자로 활동한 경력(조재현 딸 조혜정)이 있었다는 점이 그렇다. 연예인 아빠와의 동반 예능 출연이 업계로 발을 들이는 ‘무임승차’가 아니냐는 비판은 지금도 나온다. 또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조차 천편일률적인 콘텐츠가 난립하자 한 방송사의 예능PD는 “이제 보여줄 건 배 다른 형제 밖에 없다”는 씁쓸한 우스갯소리까지 내놓았다.

다만 어떻게 담아내느냐의 문제다. ‘아빠를 부탁해’는 꽤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부녀관계를 보여준다. 이미 성장한 딸과 아빠의 이야기이기에 기존의 육아예능처럼 제작진은 ‘할 일’을 강요하거나 작위적인 설정을 늘어놓지 않는다. 방송에선 때문에 이경규 부녀의 일상에선 아빠의 혈관 시술 장면이 여과없이 비치고, 조재현 부녀의 일상에선 아빠가 두 시간 내내 잠을 자는 동안 8배속 영상을 보여준다. 운전 연습을 하는 딸의 뒤에서 안달복달하는 아빠의 모습은 같은 장면을 길게 늘인 것처럼 지루하다가도 “운전을 하게 되면 아빠를 제일 먼저 태우고 싶다. 남자친구는 운전실력이 늘면 태우겠다”(조민기 딸 조윤경)는 딸의 이야기에 ‘뒷목’을 잡는 조민기의 모습엔 웃음이 터진다. 딸은 자신이 ‘오너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아빠가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아빠를 부탁해’가 시청자와 공감대를 높인 지점은, 아빠와 다 자란 딸의 ‘가깝고도 먼’ 관계가 누구나의 가정에서 비치는 모습이었다는 점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그간 브라운관에서 보여줬던 가족예능은 “결격사유가 없는 완전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애와 사랑을 강조하며 대리만족을 안겼다”고 분석한다. 이 프로그램은 정반대의 지점에서 출발한다. 애초에 서먹하고 소홀해진, 겉으로는 다정다감한 딸바보처럼 보여도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한 부녀관계를 개선하고자 시작했다. 보는 것만으로 판타지가 그려지는 연예인 가족의 동 떨어진 모습 대신 ‘우리집’에서도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밀착해 보여주는 식이다. 그러니 아빠의 정이 그리웠던 딸이 “스티커 사진도 찍고 게임도 했지만, 혼자 걷던 길을 아빠와 함께 걸었던게 가장 좋았다”(조재현 딸 조혜정)고 고백할 땐 뭉클함을 안기고, 딸의 실제 주량을 알고 조재현이 입을 다물지 못할 땐 아직도 귀가하지 않는 다 큰 딸을 떠올리게 된다.

“피로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중에게 가족은 마지막 보루이자 희망이라는 믿음이 있다. 점차 가족이 해체되는 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발현된다”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정 안에서 소외된 아빠를 통해 현실적인 일상을 보여주며 소통을 끌어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이는 요소”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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