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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怪童이 돌아왔다’ 목진석, GS칼텍스배 우승으로 15년만에 정상등극
엔터테인먼트| 2015-04-03 07:54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반상의 괴동’ 목진석 9단(35)이 돌아왔다. 약관의 나이에 우승을 맛본 뒤 다시 정상을 밟는데 무려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국가대표 코치’ 목진석 9단이 GS칼텍스배에서 난적 최철한 9단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목진석은 2일 서울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기 GS칼텍스배(우승상금 7000만원) 결승5번기 제4국에서 최철한 9단에게 260수 만에 백 2집반승하며 종합전적 3승 1패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목진석 9단은 3월 30일 열린 결승1국에서 불계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내리 3연승을 거두며 고대하던 타이틀홀더가 됐다. 


원서를 술술 읽는 뛰어난 중국어 실력에 평소 정확하면서도 차분한 해설로 호평을 받아왔고, 국가대표팀에서 코치로 활약중인 팔방미인 목진석. 여간해선 감정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15년만의 우승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보통 사람이었다.

목진석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소감을 묻자 감정이 북받치는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바둑에 정진해왔지만 우승과 연(緣)을 맺지 못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으리라. 진행자가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소감을 묻자 그때서야 “결승 진출이 확정된 후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자고 마음을 편하게 먹은 것이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항상 믿고 응원해 준 아내와 아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목진석은 전기 대회 4강 진출 자격으로 시드를 받아 본선에 직행해 8강에서 강력한 상대 이세돌 9단을 꺾고 2년 연속 4강에 오른데 이어 돌풍의 김명훈 초단을 제친 뒤 결승에 올랐다.

이번 대회 결승 직전까지 목진석 9단은 최철한 9단과의 상대전적에서 7승 19패로 현저하게 열세를 보였지만 결승2국에서 5연패 사슬을 끊은 이후 내리 3연승하며 10승 20패로 격차를 좁혔다.

목진석에게 이번 우승은 94년 입단 이후 두번째 타이틀이다.

입단 1년만인 95년, 당시 철의 수문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녜웨이핑을 무너뜨려 세계를 놀라게하며 생긴 별명이 ‘반상의 괴동’. 98년 신인왕을 따내고 최다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정상급 반열에 올랐던 목진석은 2000년 KBS 바둑왕전에서 당시 전성기의 이창호를 2-1로 누르고 생애 첫 타이틀을 따냈다. 어렵지 않게 타이틀을 추가할 것으로 보였던 목진석에게 우승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2004년 LG배 준우승을 거뒀고, 2007년에는 122차례 대국을 가져 93승을 거두며 이창호가 갖고 있는 한시즌 최다승(90승)을 갈아치웠던 목진석이다. 


하지만 2011년 올레배, 2008년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원익배 십단전, 맥심커피배 2009년 국수전에서 모두 우승에 한걸음이 모자란 준우승이었다. 김지석 이세돌 이창호 박영훈 등 당대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했다고는 해도 목진석으로서는 아픔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런 아픔을 바둑공부에 정진하는 계기로 삼아 노력한 목진석은 끝내 15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딛고 정상에 복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목진석의 꿈은 ‘세계대회 제패’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기사 목진석이 세계정상에 오를 날을 기대해본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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