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기계화가 밭농사 경쟁력 ‘열쇠’
뉴스종합| 2015-04-03 11:08
논보다 소득 높은 밭작물 농사
기계화율은 56% 수준에 불과…민간기업 참여 지원책 마련해야


웰빙과 다이어트 붐, 건강 식품과 식단의 바람을 타고 밭작물의 가치가 고공행진이다. 단적인 예로, 전남 고흥지방의 논은 마늘과 양파로 뒤덮여있다. 쌀보다 마늘과 양파가 훨씬 더 효자이기 때문이다.

때맞춰 1970년대 한국 농촌의 부흥을 이끈 ‘통일벼’의 주역,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이 밭작물 혁신에 두팔을 걷었다. 최우선 사업은 밭작물의 기계화다.

실제로 밭작물 농사가 논농사보다 소득이 훨씬 높다. 밭농사가 어렵고 힘들지만 농가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국가 전체 쌀농사는 2002년 10조1000원에서 2012년에는 8조200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밭농사는 13조원에서 20조원대로 급증했다. 


그러나 기계화로 따지면 밭이 초라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논농사 기계화는 98% 이상이나 밭농사는 56% 남짓하다. 그나마 기계화가 된 것도 씨뿌리기인 파종 작물 중심이다. 논농사에 투입되는 농기계로 밭도 갈고 씨도 뿌리고 방제도 가능하다.

반면에 묘를 전답에 심는 정식 작물은 상황이 다르다. 고추, 양파, 배추 등 대표적인 양념류나 채소류가 여기에 속한다. 쪼그리고 앉아 일일이 어린 묘를 손으로 심어야 한다. 게다가 농촌 고령화로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65세 이상 농가 고령화율은 37%로 도시 고령화율(9.2%)의 거의 4배나 된다.

밭농사에 기계화가 낮은 이유는 뭘까. 우선 규모화가 안 돼 있는데다 개인당 소유 면적도 작다. 0.3ha(900평)대 소유자가 전체 농가의 85%에 이르다보니 농기계를 구입할 처지가 못 된다. 또 하나, 작물마다 별도의 기계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마늘의 경우 6쪽을 내서 파종을 하지만 점식이어서 일일이 수작업에 의존한다. 작목별로 별도 기계가 필요하다보니 농가가 기계구입에 엄두조차 못낸다. 결국 수요가 없어 기계화 사업에 업체들이 나서지 않는다.

민간기업을 대신해 밭작물 농기계 개발을 전담하는 곳이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생산자동화기계과다. 연구개발을 이끄는 최규홍 과장을 통해 파악한 현황은 다행히도 희망적이다. 우선 ‘마늘양파생산일관기계화기술개발’ 프로젝트로 2012년에 생산에서 수확까지 가능한 기계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마늘의 경우 투입 노동시간은 손으로 했을 때 10a(1담보, 3백평)당 278시간 걸리던 것이 164시간으로 줄어 노동력이 41%나 절감됐다. 양파의 경우 241시간에서 58시간으로 76%나 줄었다. 2013년에는 참깨 예취기(수확기)를 개발해 10a 수확에 0.6시간이 걸려 인력의 26배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잡곡 파종기 개발에 성공했다. ‘잡곡 전성시대’를 주도하는 조, 수수를 트랙터를 활용해 파종할 수 있도록 부착기계를 개발해 10a당 0.7시간 소요로 인력의 21배 효과를 거뒀다.

이양호 농진청장은 밭작물 기계화와 함께 병행해야 할 것으로 기계화 적합품종 개발, 재배방식 통일화 두가지를 꼽는다. 가령, 직립하는 콩이나 잘 떨어지지 않는 참깨 등을 말한다. 이 청장은 셋다 이루는 데 농진청과 관계기간이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러자면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농기계임대사업으로 어느 정도 숨통을 터주지만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밭농사가 촉진되면 식량 자급률도 높이고 FTA파고 대응에도 용이하게 된다. 무엇보다 민간기업이 밭작물 기계화사업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황해창 기자/hchwa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