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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서민인데 왜 서민대출 못받지?”…‘서민 기준’은 고무줄
뉴스종합| 2015-04-07 10:31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올해 직장생활 4년차 중견기업에 다니는 서모(33)씨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마련을 위해 디딤돌대출을 받으려다 분통을 터뜨렸다. 지원자격 중 ‘부부합산 소득 연 6000만원 이하(세전)’ 기준에 걸려 지원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서씨는 “내가 대기업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예비신부도 공무원이라 연봉이 높지 않는데 지원 대상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서민’이 지원대상이냐”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후 정부가 ‘서민지원책’ 이란 명칭으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지원기준이 현실에 뒤떨어질뿐만 아니라 부처별ㆍ상품별 기준도 상이해 지원자들로부터 불만을 낳고 있다. 추상적인 용어인 서민이란 용어로 정책을 포장하면서 되레 지원자들에게 더 큰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지적이다.

우선 모두 서민을 표방하고 있지만 자격기준은 제각각이다. 디딤돌대출(국토교통부)과 보금자리론(금융위원회)은 무주택자에게 저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대표적인 정부의 ‘서민대상’ 주택지원책이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자격은 다르다.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소득 연 6000만원 이하(생애 최초주택구입자는 연 7000만원 이하) ▷세대주를 포함해 세대원 전원 무주택자 ▷6억원 이하 주택일 경우만 받을 수 있다. 


반면 보금자리론은 ▷무주택 또는 1주택자(기존주택을 담보로 하거나 3년 이내에 기존 주택 처분 조건) ▷9억원 이하 주택일 경우 가능하다. 모두 세전 소득이 기준이다. 반값등록금(가구 소득 하위 80%이하), 재형저축(개인 연봉 5000만원 이하)도 마찬가지다. 모두 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상품에 따라 ‘서민‘이었다 ’서민‘이 아닌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한 부처 내 서민정책에서도 이런 경우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일례로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상품에는 햇살론, 새희망홀씨론, 바꿔드림론, 미소금융 등이 있지만 자격요건은 제각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서민금융상품이지만 따로 서민이란 기준이 있지는 않다”면서 “정책의 탄력적인 적용을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득분위에 따라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 정도는 구별해도 서민에 대한 기준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10명 중 8~9명이 스스로 서민’(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0)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오락가락 정책으로 국민들의 박탈감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자격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사원 대졸초임은 평균 3341만원에 이른다. 부부합산시 6682만원에 달한다.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지만 현 기준대로라면 디딤돌대출 등 정부의 서민지원대책을 지원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재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당분간 자격기준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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