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슈인터뷰]김정석 "'순정에 반하다' 지영수 감독님과의 두 번째 작업, 감사 할 따름"
엔터테인먼트| 2015-04-13 08:04
강한 인상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미소를 지으면 180도 이미지가 바꼈다. 여기에 재치있는 입담마저 소유했다. 실제 배우 김정석의 모습은 '반전'마저 선사하며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강점이 1985년 영화 '길소뜸'으로 데뷔해 2015년 현재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활발하게 활약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리라.

최근 김정석과 본지는 만남을 가지고 그의 연기인생은 물론 첫 주연작이었던 '조류인간', 현재 출연 중이 JTBC '순정에 반하다'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봤다. 김정석은 '순정을 반하다'를 통해 지영수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기대와 열의를 가지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역할은 국내 화장품 회사의 회장, 그 오른팔 윤이사 역입니다. 굉장히 무능력하고, 자기가 잘하면 자기 덕, 못하면 남 탓을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에요. 가벼울 땐 가볍지만 진지할 때 진지한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접근해서 연기하려고 합니다."

김정석은 지난 2월 개봉한 신연식 감독의 '조류인간'에서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김정석은 '러시안 소설'에 이어 아내의 행방을 쫓는 소설가 정석을 연기했다. 그의 30년의 내공이 빛을 발한 내면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배우의 길을 걸어오면서 첫 주연을 맡은 만큼 감회도, 애정도 남다르다. '조류인간'은 15년 전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묘령의 여인과 길을 떠나게 된 소설가가 믿을 수 없는 진실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신연식 감독의 전작인 '러시안 소설' 속 소설이 또 한편의 영화로 파생된 실험적인 작품이다.

"'조류인간'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생애 첫 주연작이니까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신연식 감독이 '형의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주는데 울컥하더라고요.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죠."

그와 신연식 감독과의 인연은 깊었다. 영화 '페어 러브' 부터 '배우는 배우다', '조류인간' 또 공동 제작자 겸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동주'까지 신연식 감독의 모든 작품에 출연했다.

"신연식 감독님과는 약 12년 쯤 정동극장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그 때 연극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을 하고 있었는데 후배가 좋은 감독님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연극을 보러 오셨길래 술 한 잔 먹으면서 친해지게 됐죠. 이후 신 감독님이 작품마다 캐스팅을 해주셨고 그 인연이 '동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석은 작품을 고를 때 탄탄한 스토리가 주는 힘이 있는 시나리오를 제일 염두해 본다고.

"전 시나리오를 제일 중요하게 보고, 또 연출은 어떤 감독님이 하시고 캐릭터가 저하고 어느 정도 매치가 되는지도 고려합니다. 물론 배우가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줘야하지만 역할적으로 너무 비호감이라던가, 이런 지점을 생각 안할 수가 없어요. 저하고 잘 맞고, 제가 잘 할 수 있을지를 많이 출연을 결정하려고 해요."



인터뷰 중 연기 외에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김정석이야말로 천상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일로 직업을 삼고 있는 그는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감사하고 또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도 안정이 되기까지 배우란 직업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고 한다.

"저는 연기가 정말 즐겁고 재미있어요.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했던 적은 한 세 번 정도 있었어요. 경제적인 문제로 잠시 연기를 뒤로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나가다가 다시 연기가 하고 싶어 돌아오곤 했죠. 연기는 참 중독성이 강해요.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하나하나 창조하고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요. 마약은 해보지 않았지만 마약 같다고나 할까요? 하하."

김정석이 배우라는 꿈을 가졌던 때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무려 11살 때 연기를 보고 아름다움이란 감정을 느꼈다고 하니, 보통 감성의 소유자는 아닌 듯 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생일 선물로 당시 영화 '메리포핀스'를 보여주셨어요. 줄리 앤드류스가 나오는 거데 만화와 합성영화예요. 어린 나이에 그걸 보고 배우라는 직업이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무의식적으로 '배우가 되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 같아요. 줄리 앤드류스를 존경해요. 사람을 웃기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게 하고요. 그런 모습들이 사람을 감동시키는구나를 느꼈었죠."

연극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그는, 요즘 연극이 이익창출을 최우선으로 작품을 올리고 있는 추세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단지 흥미 위주의 연극들이 대학로를 점유해나가면서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정통 연극들은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은 배우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연극은 연극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시나리오나 특색이 있는데 그런게 많이 가벼워져서 아쉽습니다. 상업적으로만 치우쳐있어요. 연극은 저의 뿌리라고 생각해서 남다르게 다가와요."

배우는 매번 다른 인물을 연기해 그 감정을 관객이나 시청자들과 교감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김정석만의 연기를 마주하는 신념과 태도가 궁금했다.

"연기를 할 때 저를 버리려고 해요. 스스로 자유롭고 싶어져요. 내성적이라 갇힐 때가 있어요. 이런 점을 연극 하면서 고쳐나갔던 것 같아요. 스스로 욕심을 내려놓는거죠. 그걸 버렸을 때 조금 더 자유로운 연기가 나오고, 편안해지면서 시청자나 관객들에게도 전달이 되요. 하지만 이 내려놓는다는게 참 어려워요. 릴렉스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죠. 지금도 선생님들 연기하는거 많이 보고 배워요. 요즘 '순정에 반하다' 촬영 때 박영규 선배님과 많이 붙는데, 정말 다 내려놓으시고 연기하시더라고요. 함께 작업할 때마다 많은걸 보고 느끼고 있어요."

"연기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긴장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 해도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긴장감이 있어요. 약간의 긴장은 연기를 성실하게, 또 실수 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오랜 배우 생활을 해오면서 가장 뿌듯할 때를 물어봤다. 역시 관객들과의 호흡과 호응이 빠질 수 없다. 김정석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배우는 연기를 하는 그 자체로도 즐거울 수 가 있지만, 바라봐주는 관객이 있을 때 한층 빛이 나는 직업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관객들이 좋아해줄 때가 가장 뿌듯하죠. 가장 기억에 남았을 때는 '거창국제연극제' 때였습니다. '종로고양이' 연극을 할 때 였는데 여름이라 비가 오고 있었어요. 관객들이 우산을 쓰고 보고 있더라고요. 저희는 다 비 맞으면서 연기를 했고요. 그 때 관객들의 수준이 높구나란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 옷을 벗어서 사인을 해달라고 그러더러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야말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아요."



강한 이미지가 박혀있는 김정석이지만 그는 평소 코미디 연기를 좋아한다고. 아쉽게도 그에게 맞는 코미디 작품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 선사한 적 없는 만큼 오래된 경험이 녹여진 내공있는 그의 코미디 연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아직 그런 기회가 없었어요. 인상 쓰는 연기를 주로 했더니 악역이나 센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차형사'에서 버스 운전사 연기를 했었는데 그 때 애드리브를 여섯 가지나 준비갔었어요. 하하. 시간이 없어서 다섯 가지 밖에 못했는데 그 중 하나가 잘 나와서 기분 좋았어요. 관객분들도 그 장면에서 많이 웃어주시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김정석은 현재 '순정에 반하다'를 연출하고 있는 지영수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배우로서 두 번씩 이나 자신을 선택해준 지 감독의 신뢰가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하다. 당분간 그는 '순정에 반하다'의 톡톡 튀는 감초가 될 수 있게 촬영에 매진할 계획이다.

"'순정에 반하다' 지영수 감독님이 '빅맨'에 이어 다시 불러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가슴 깊이 감사함을 느껴요. 이번 작품이 감독님과의 두번째 작품인데 이런 경우가 많지 않잖아요. 배역을 맡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주위에서도 여러 배우들이 있었을텐데 다시 캐스팅을 해주셔서 참 감사해요. '순정에 반하다'가 초반인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 기세를 몰아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