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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 대신 인성평가로 대출심사를?
뉴스종합| 2015-04-13 08:26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완전한 휴식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 아래 TV를 시청하거나 와인을 마시거나, 혹은 밀린 빨래를 하거나 음식을 먹는 것 같은 그림 8장을 보여주고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대출 요청자의 상환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대출심사 항목 중 하나다. 얼핏 보기에 성격이나 인성을 평가하기 위한 질문지와 흡사하지만, 정작은 질의응답으르 통해 개인의 성격을 분석하고 이를 신용정보로 환산해 개인의 대출상환 능력을 측정하는 일종의 신용평가 방법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기존의 신용평가로는 대출이 불가능한 저신용자에게 담보 없이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신용대출을 시행하는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이 신흥국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일종의 인성평가를 활용한 신용평가 방식으로, 10~20분 동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질문에 개인이 원하는 그림을 고르거나 답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이 설문결과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평가자의 성격을 분석하고 미래의 상환의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가령 영국의 비주얼디엔에이(VisualDNA)사의 경우엔 대출 요청자의 평소 취향이나 습관 또는 생각을 선택하는 그림 문항들을 통해 대출 요청자의 성격 특성을 ▷경험에 대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 등으로 분류한다. 과거 상습 연체자에 대한 연구분석 결과 ‘성실성’ 점수가 높은 평가자 들이 주로 신용도가 높다고 한다.

미국의 이에프엘(EFL)도 대출 요청자의 ▷사업수완 ▷지능 ▷정직성 ▷성품 등을 평가해 이를 신용점수로 환산, 고득점자일수록 미래상환능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한다.

이같은 인성평가를 통한 대출심사는 최근 들어 신흥국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비주얼디엔에이는 현재 터키, 남아공 등 6개 국가의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에서 활용 중에 있으며, 호주와 체코, 인도 등에도 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외에도 신용정보회사 익스페리안, 신용카드 회사 마스터카드 등도 비주얼디엔에이의 인성평가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프엘의 인성평가 역시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27개 신흥국 금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인성평가를 통한 대출심사로 부실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2014년 자문 보고서에 따르면 비주얼디엔에이사의 인성평가를 활용해 대출을 실행했을 때 부실률이 23%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이에프엘사는 대출 고객의 증가는 물론 소액 대출 부실률도 평균적으로 50% 정도 하락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자체분석하고 있다.

김회민 연구원은 “신용정보가 없어 대출이 불가능한 아프리카나 동남아, 남미 지역의 저신용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금융포용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이 같은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의 적극적인 개발 노력과 도입시도로 서민층 대상 여신 사업의 확대와 신규고객 발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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