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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준 사랑보다 딸이 준 사랑이 더 큰데…
뉴스종합| 2015-04-15 11:14
직장잃고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몸이 안좋은 딸 철이 빨리들었지
언니는 동생책상서 하염없이 눈물…아직도 찾아주지 못해 미안해…


박은미(46ㆍ여)씨와 허흥환(52)씨 부부에게는 두 딸이 있다. 큰딸은 대학생(21)이고 막내딸은 365일째 물에 갇혀 있는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18)양이다.

두 딸의 아빠 허씨는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23년간 일하다가 딸을 잃어버린 1년 전 4월 16일 휴직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회사에서 쫓겨났다. 엄마 박씨는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이 있다. 커진 종양이 신경을 눌러 사고 이후 오른쪽 청력을 잃었다. 몸이 안 좋은 박씨는 영상 17도가 넘는데도 겨울 패딩으로 몸을 꽁꽁 싸맨다. 그리고 매일 안산, 광화문을 오가며 길에서 피켓을 든다.

엄마, 아빠는 사고 전날 밤 애교 많던 딸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수학여행을 죽어도 안 간다고 했어요. 밖에서는 성격이 소심해서. 이번 기회에 친구도 많이 사귀고 스트레스도 풀라고 달래서 보냈는데, 애가 뭐를 알았던 것 같아요. ”(허흥환)

박씨는 패딩 안에 평소 딸이 좋아했던 색깔인 민트색 니트를 입고 있다. 딸은 신발도, 옷도, 아이스크림도 온통 민트였다. 엄마의 민트색 니트도 다윤이가 좋아하는 색 입고 다니라고 누군가 떠서 준 것이다.

“딸도 몸이 아파서 그랬는지 철이 빨리 들었어. 엄마, 아빠 외에는 없었어요. 학교 도착하면 도착했다고 문자 오지, 출발하면 출발한다고 오지. 우리가 딸한테 준 사랑보다 딸이 우리한테 준 사랑이 너무 커서…”(박은미)

동생 없는 시간을 언니도 간신히 버티고 있다. “다윤이 언니는 전혀 내색을 안 하는데 가끔 사라져요. 동생 학교가 집에서 20분 거리인데 다윤이 반에서 다윤이만 실종 상태거든요. 그래서 다윤이 책상만 뒤로 빼놨어. 언니가 거기 엎드려서 풀릴 때까지 엉엉 울다가 돌아오는 거야….”(허흥환)

엄마 박씨는 딸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염치가 없다고 했다. 대신 “엄마 딸이어서 너무 고마웠고, 수학여행 가기 싫다는데 보내서 미안하고, 아직도 찾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내가 다윤이 엄마라는 게 미안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첫 번째 바람은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이다. 유가족도 될 수 없는 실종자 가족들이 납덩이 같은 죄책감을 떠안은 채 1년을 맞고 있다.
 
이지웅ㆍ김진원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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