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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스트레스에 가슴이 꽉 막힌 20대…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뉴스종합| 2015-04-15 11:16
[헤럴드경제=박혜림ㆍ양영경 기자] #. 취업 준비생 양모(27ㆍ여) 씨는 최근 갑작스런 메스꺼움과 어지럼증 때문에 지하철에서 승하차를 반복하는 일을 겪었다. 지하철에만 올라타면 거짓말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속이 울렁거렸다. 이날 양 씨는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승강장에서 숨을 골라야 했다.

양 씨의 병명은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 양 씨는 “구직활동을 할 때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며 취업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1.1%로 1999년 이후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대졸자 취업률은 54.8%에 불과하다. 대학졸업후 2명 중 1명만 일자리를 구한 셈이다. 최악의 취업 한파에 20대 젊은이들의 가슴도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취업준비생의 상당수가 ‘언제 취업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신경과민과 우울증,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0~29세의 ‘신경증 및 스트레스 관련 질병장애 환자’는 6만5000 ~7만명을 꾸준히 웃돌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엔 지난해 4만7525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당수는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882명을 대상으로 ‘취업스트레스’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9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있었지만 극복했다’, ‘스트레스가 없다’는 응답은 각각 6.1%, 1.9%에 그쳤다. 스트레스 증상 가운데선 신경과민이 63.9%(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우울증과 불면증은 56.8%, 42.3%를 차지했다.

양 씨와 같은 공황장애 환자도 2009년 4만8237명에서 2013년 8만8095명으로, 최근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김병수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황장애 자체가 20~30대부터 시작되는 병”이라며 “취업스트레스를 비롯해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겹치며 공황장애가 촉발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대부분 ‘언제 취업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4학년생인 조모(25) 씨는 “가장 불안한 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이미 소속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는 느낌도 갖기도 하고, 그 사람들은 지금 있는 소속을 기반으로 쭉 뻗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이 모든 상황이 스트레스”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공황장애 등의 증세가 나타날 경우 병원 등을 찾아 반드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과 교수는 “‘정신과에 가면 기록에 남아서 취업에 제한될 거야’, ‘면접에 가면 의료기록을 보고 널 떨어뜨릴 거야’ 등의 발언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면서 “특히 ‘의지로 극복해라’란 말이 가장 피해야 할 조언”이라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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