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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전담(전자담배), 다른 한 손엔 연초… ‘2중 흡연자’ 는다
뉴스종합| 2015-04-15 11:27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직장인 A(34)씨는 올해초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15년동안 피운 연초담배를 바로 끊진 못하더라도 담뱃값이 너무 올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전자담배 구입 초반에는 의지를 불태우며 연초 흡연을 참아내던 A씨.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직장 상사에게 크게 혼난 뒤 다시 연초를 입에 물었다. 연초와 전자담배의 ‘병행’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A 씨는 업무시간에는 주로 전자담배를, 회식 등 술자리에서는 연초를 꺼내 피우고 있다. 전자담배로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는 물거품이 된지 오래다.

낮에는 전자담배, 밤에는 연초를 피우는 2중 흡연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전자담배 매장이 할인을 하며 판매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연초담배를 끊으려 전자담배를 피기 시작하고도 결국 이 둘을 병행해서 피우는 ‘2중 흡연자’가 늘고 있다.

15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초 담뱃값 인상 등 여파로 전자담배 매출은 30배 이상 늘고 담배 판매는 급감했지만, 최근 편의점 담배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전년 동기대비 판매 감소폭이 15%선으로 크게 줄었다. 전자담배로 돌아섰던 사람들중 일부가 다시 연초를 찾고 있는 것도 일정부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졸지에 전자담배와 연초를 모두 피우게 된 흡연자들은 ‘2중 흡연’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스트레스 등으로 ‘2중 흡연’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B(39)씨는 “전자담배도 연초만큼 유해하다는 기사를 보면 같이 병행하는 건 더 안좋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반면 직장인 C(30)씨는 “전자담배도 담배니까 물론 유해물질이 나오긴 하겠지만 연초에 비하면 덜 하다는게 전자담배 흡연자들의 중론”이라면서 “기계를 꾸준히 세척하고, 심지를 갈아주는 등 관리만 하면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씨의 생각과 달리 전자담배도 일반담배 못지않게 유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얘기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 포틀랜드대 연구진은 ‘5V 전압에서 전자담배 용액을 하루 3㎖ 흡입할 경우 포름알데히드 14㎎을 마시게 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일반 담배 한 갑을 피울 때 마시는 포름알데히드(3㎎)보다 5배 정도 많은 양이다.

연구진은 “전자담배를 오래 사용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 담배를 피울 때보다 최대 15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3.3V의 낮은 전압으로 전자담배를 피우면 포름알데히드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홍관 국립암센터 교수는 “전자담배가 연초만큼 만족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피우다가도 다시 연초를 찾게 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전자담배의 금연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권장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전자담배도 연초와 똑같이 발암물질과 독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둘 모두 결코 권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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