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경제광장-박재식]금융한류, 아시아를 넘어 중동시대
뉴스종합| 2015-04-16 11:04
지금의 세계 경제지형의 변화는 대항해시대 초기와 무척 닮아있다. 15세기 대항해시대에 이뤄진 신대륙 발견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중심으로 세계의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켰다.

반면 이전에 무역 중심지로 번영하던 베네치아, 제노바 등 이탈리아 도시들과 투르판, 사마르칸드 등 실크로드 도시들은 단숨에 몰락했다.

그간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변방으로 머물러 있었으나 이제 중산층과 역내 저축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번영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우리 금융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한류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던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지칭했으며, 이제 중화권과 동남아 전역에서도 신(新)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이렇듯 한류의 인기는 문화적 친숙성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금융도 문화다. 미국과 영국 등의 금융시스템은 경제발전의 정도와 성장 경로 등 문화의 차이가 있는 만큼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시스템을 그 국가만의 금융문화를 반영해 맞춤복으로 고쳐서 입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증권금융’ 제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했다. 증권금융제도는 증권을 기반으로 한 신용공여를 비롯한 모든 금융거래를 지칭한다.

기업의 자금 확보를 돕고 자본시장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며 증권 산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특히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아시아 지역의 한국, 일본, 중국 등의 국가에서는 전업 증권금융회사를 설립해 자본시장의 유동성 공급 및 안정성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증권금융회사 모델은 각국의 자본시장 발전 역사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한 간접금융시장에 비해 성숙도가 낮은 직접 금융시장의 발전을 돕고 투자자들의 자본시장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제고에 기여함으로써 신흥개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증권금융 모델’은 자본시장 육성을 열망하는 신훙개발국에게는 ‘맞춤복’과 같은 제도가 될 것이다.

그간 우리가 ‘한국 드라마’를 문화적 코드가 맞는 아시아권으로 수출해 온 것처럼, 한국증권금융은 아직 자본시장이 덜 성숙한 동남아시아, 중동 국가 등에 각 국의 자본시장 발전 단계별로 증권금융제도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금융기법 들을 전수함으로써 금융한류 수출에 기여할 것이다.

특히 중동지역 국가들은 오일파워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경제 지역을 구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두바이는 이슬람권 최대의 금융허브로 부상하고, MSCI 프론티어시장에서 신흥시장으로 편입되는 등 자본시장의 성장 기조에 있으며, 거래소 지주회사인 버재 투바이(Borse Dubai)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중앙예탁기관(DFM)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부터 자본시장 활성화 및 투자자 저변 확대를 위해 증권금융제도의 도입 및 증권금융회사 설립을 꾸준히 검토해 오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우리 금융 산업은 국내에만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으며 ‘한국’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해외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환 및 세제 등의 분야에서 과감한 규제완화도 필요하겠지만, 금융회사가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에 동반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의 유기적 협력도 절실히 필요하다.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 우리 연기금의 해외투자에 국내 금융회사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새롭게 열리는 대항해시대를 맞아 新시장을 개척하려는 금융인들의 도전정신과 중장기적인 안목이 요구되는 때이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