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가 바꾸는 삶
뉴스종합| 2015-04-17 17:35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맞벌이 부부인 30대 후반 김태훈씨와 조수정씨(가명, 서울 서초)는 6세 아들을 두고 있다. 최근 어느 저녁 남편이 예정 없이 퇴근이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이날 역시 퇴근 후 집 근처에서 모임이 있던 부인 조씨는 귀가했다가 아이를 재워두고 옆에 태블릿PC를 놓아 둔 채로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아이가 깨서 울거나 뒤척이면 소리를 감지하는 앱을 켜 두었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앱은 조씨의 휴대폰으로 영상통화를 자동연결하게 돼 있다.

지난 밤 늦게까지 이어진 회식으로 잠을 설친 김씨의 스마트워치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수치를 확인하니 몸의 습도가 오르고 산소포화도는 떨어졌다. 스마트워치가 보여주는 지난 밤 수면 패턴은 김씨가 적어도 5차례 이상 가수면 상태에 있었음을 알려준다. 외근도 없었고, 피트니스센터도 가지 못한 어제는 소모 칼로리가 평소보다 급격히 감소했고, 고기가 곁들여졌던 술자리는 섭취 칼로리를 높였다. 이러다간 곧 주치의로부터 ‘호출’ 알림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는 스마트폰을 켜서 어제 대리운전기사가 주차해둔 차의 위치를 확인하고, 스마트워치로 시동을 켜 운전석에 올랐다. 스마트폰으로 어제 주행 기록을살펴보니 연비는 나쁘지 않았지만 몇 번의 급가속과 급제동이 있었다. 이러다간 운전자습관연계보험을 들고 받은 할인률이 줄어들 수 있다. 또 하루의 시작. 아이를 육아 도우미의 손에 맡겨 어린이집에 등하원 시키는 아내는 회사에서 스마트폰으로 중계되는 어린이집과 집 안의 CCTV를 수시로 확인할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삶을 바꾸고 있다. 인체부터 가정, 차, 건물, 공장, 운송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이미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초연결사회’로 들어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이란 ‘사람, 사물, 공간 등 모든 것들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돼 모든 것들에 대한 정보가 생성·수집되고 공유·활용되는 것”을 가리킨다.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된 사회가 초연결사회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업 시스코에 따르면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기수는 지난 2003년 5억대에서 2010년 125억대로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그 수가 500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에서 연결된 기기수는 2020년까지 최소 50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연결사회는 센서와 네트워크, 데이터의 사회다. 사람과 사물, 공간에 ‘센서’가 설치되고 이를 통해 데이터가 수집되며 네트워크로 전송돼 서버나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실시간 분석된다. 분석된 데이터는 다시 전송돼 기기를 작동시키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사물인터넷은 생체인터넷을 활용한 헬스케어와 가전기기를 연결한 스마트홈, 공공ㆍ재난ㆍ안전 등을 위한 스마트시티, 물류ㆍ공정 등에 적용한 스마트기업으로 크게 나뉜다.

특히 생체인터넷을 활용한 헬스케어는 개인 삶의 질을 확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스포츠밴드나 스마트워치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의 심박수와 혈당, 산소포화도 등 건강정보와 도보량, 칼로리 같은 운동ㆍ영양 정보를 수집하고 실시간 전송ㆍ분석할 수 있는 기능이 상용화됐다. 웨어러블 뿐 아니라 신체에 붙이거나 내장하는 형태도 있다. 쌀알 크기의 약이 환자의 위에 도달하면 위액에 반응한 후 어깨에 붙인 패치형 수신기에 디지털 신호를 보내고 이를 분석한 결과를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됐다. 


가족 단위의 개인 생활의 혁신은 ‘스마트홈’과 ‘커넥티드카’로 압축된다. 저장 음식을 감지할 수 있는 냉장고와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의 아주 간단한 매치만으로도 사용자가 냉장고에서 특정 식음료를 꺼낼 경우 “당신의 오늘 나트륨ㆍ당ㆍ칼로리가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섰으므로 섭취를 권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가정의 전력 소모와 에너지 관리, 도어락, 안전관리 등은 보편화된 사물인터넷 서비스다.

인터넷은 스마트시티의 핵심인 건물과 도로를 사람ㆍ사물과 연결해 기기가 알아서 위험을 감지하고 재난을 예방하는 단계에 들어섰으며, 공정과 물류를 자동화하는 스마트기업 역시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사물인터넷 매출은 2014년 2조2923억달러에서 2020년 7조65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매출은 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초연결사회의 핵심은 사물인터넷의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에 기반한 빅데이터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창의적인 서비스라는 것이다. LG CNS 솔루션사업본부 IoT부문장인 조인행 상무는 “사물인터넷은 결국 대용량 데이터에 기반한 지능형 서비스”라고 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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