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최남주의 유통이야기]‘바보 기업’을 향해 보내는 갈채
뉴스종합| 2015-04-20 09:28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유통업계가 난리입니다. 시중에 돈보따리는 풀린 것 같은데 무슨 영문인지 장사는 여전히 신통치 않습니다. 여기 저기서 ‘1+1 덤’, ‘80% 세일’, ‘노마진 세일’, ‘가격파괴’ 등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현란한(?) 문구까지 총동원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굳게 닫힌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딘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1+1, 80% 폭탄세일, 노마진 세일, 가격파괴…. 이 정도면 손해 보면서 장사를 한다는 뜻인데, 이런 문구 정말 믿고 쇼핑하십니까. 아마 10중 8, 9는 이같은 문구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흔히 ‘세계 3대 거짓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손해보며 물건을 파는 바보같은 장사꾼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죠.

기업은 이윤을 남기는 게 첫번째 업(業)입니다. 이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기업이 이윤을 남겨야 종업원 월급을 주고, 기업도 성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종업원이 회사를 떠나고 그 기업은 문을 닫게 됩니다. 한마디로 망하는 거죠.

그래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의무입니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웬일까요. 이윤 창출을 업(業)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손해를 보면서 장사하는 바보같은 기업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한 두해가 아니고 수 십년동안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니 착 딱한 기업들입니다. 이를 굳이 금액으로 따진다면 손해본 액수가 적어도 수십억원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군요. 그런데도 이들은 손해보는 장사가 여전히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같은 바보짓(?)을 계속하겠다고 하니 정말 바보들 아닙니까.

CJ제일제당과 매일유업, 남양유업이 바로 그 바보들입니다. 이들은 10여명에서 200명 안팎에 불과한 한정된 소비자를 상대로 물건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팔리는 상품은 많아야 연간 2000~3000개 수준이지요. 큰 공장에서 극히 제한된 물량을 생산하다보니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합니다. 이런 손해보는 장사를 10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상품의 연구ㆍ개발부터 생산 및 판매 과정에 투입된 인력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실비융은 엄청날 겁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지난 2009년부터 200여명에 불과한 선천성 대사질환 환자를 상대로 ‘햇반 저단백밥’을 팔고 있습니다. 1년에 2000여개도 안팔리는 선천성 대사질환 환아용 특수분유를 매일유업은 16년째, 남양유업은 13년째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연매출은 고작 200여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제품 생산과 마케팅, 영업활동 등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안하면 흔히 말하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인 셈이지요.

이 때문에 주변에선 바보같은 기업이란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제품 생산을 중단할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이윤 창출이 기업의 업이지만 기업이윤의 사회환원도 또 다른 업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바보 상품’, ‘바보 기업’이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착한 상품’, ‘착한 기업’이라고 말합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듯 기업에겐 이윤창출이 중요하지만 사회화원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경영철학 때문이지요. 바보 기업에게 갈채를 보냅니다. 손해보며 장사하는 바보 기업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calltax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