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힘받는 투자신중론…“고객 70% 차익실현후 시장관망”
뉴스종합| 2015-04-20 11:09
증시 활황에 주식대세론 분위기속
PB들 “상승폭 제한적일 것” 경계론
“수익10% 쉽지않아…목표달성땐 환매를”



코스피와 코스닥이 올들어 각각 11.9%, 30.2%(11월 17일 종가기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주식 대세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은행 PB(개인자산관리) 고객 절반 이상은 이미 환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오를 것”이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오를만큼 올랐다”며 추가 투자에 신중한 이들이 늘고 있다는 애기다. 특히 50대 이상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은행권 PB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주식시장 상승과 이에 따른 부(富)의 흐름을 조사한 결과 일선에선 “고객 대부분은 (주식시장에서) 털고 나가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현재 코스피는 오를 만큼 올라, 2200선까지도 확답할 수 없다. 낙관적으로 보기엔 조심스런 상황”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3저(低) 효과(저유가ㆍ저원화 가치ㆍ저금리)’에 1조3200억달러(1427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유동자금의 힘으로 모처럼 주식시장이 폭발했지만, 이에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70% 가량이 이미 차익실현, 현재는 털고 나가는 장세”…갈수록 커지는 신중론=PB들 대부분은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피가 2700선까지 오를 것이란 증권가와 달리 2200선도 불확실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황세영 한국씨티은행 강남CPC센터장은 향후 주식시장에 대해 “현재 주식시장은 ‘유동성 장세, 초기 버블장세’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2200, 2300선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한국의 주식이 오르는 건 한국 기업의 실적이 좋거나 경기회복에 따른 것이 아니라 유럽 양적 완화로 유동성이 많아진 외국인들이 특별한 문제없이 미국, 유럽보다 싼 한국주식에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과연 이들이 언제까지 살지가 중요하다. 외국인 투자 행렬이 ‘기관’에서 ‘개인 투자가’로 넘어가면 더 이상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희수 우리은행 한강로 금융센터 PB팀장도 최근 주식시장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이 팀장은 “젊은 고객층은 주식시장에 여유자금을 넣고 있는 반면, 50대 이상의 고액 자산가 고객들은 이미 주식시장이 고점이라는 판단 아래 돈을 빼는 추세”라면서 “주식시장은 심리 싸움인 만큼 두 흐름이 서로 상쇄하면서 급격한 지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5월 초까지 코스피 지수가 2200대에 도달한 뒤 정체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혜진 하나은행 법조타운 골드클럽 PB팀장은 “관리고객 70%가량이 이미 차익실현을 했다”고 말했다. 심 팀장은 “적립식펀드, 공모주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고객이 많이 몰렸지만 최근 대다수의 고객이 차익을 실현하고 시장 관망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박진석 하나은행 영업 1부 PB센터 팀장 역시 “현재는 털고 나가는 장세”라면서 “전망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힘차게 오르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 10%도 쉽지 않다”…목표수익률 달성했으면 나와야=PB담당자들은 현재 주식시장에 들어간 경우라면 향후 전망에 휩쓸리지 말고 당초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환매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시장 외에는 양적완화 호재가 있는 유럽펀드, 일본펀드 쪽 수익가능성도 높게 점쳤다. 다만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전망은 엇갈렸다.

황세영 센터장은 “수익 10%를 목표로 잡아도 지금 들어간다면 2300선은 넘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들어간 사람이라면 조금 더 즐기되, 지금 새로 진입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단, 올해는 채권보다 주식전망이 더 밝은만큼 주식비중을 높이되 유럽이나 일본펀드 쪽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본토는 과열양상을 보이는 만큼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심혜진 팀장도 “지금 15%이상 수익을 얻은 고객 대다수는 코스피가 1900선일때 들어왔던 고객들로,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도예고돼 있는 만큼 신규 진입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심 팀장 역시 유럽펀드는 추천했지만 중국 본토에 대해서는 후강퉁, 선강퉁,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호재가 있는 만큼 투자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내다봤다.

오인석 국민은행 WM컨설팅부 팀장 역시 주식 시장에 ‘올인’하는 것에 대해서 경계했다. “우리 주식시장은 종목별 차별화가 심하고 누구나 이익을 보는 폭발적 장세는 아닌 만큼 수익률이 좋지 않은 종목은 털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시장 활황에 인색한 슈퍼리치…주식투자 비중은 30%?=한편, 코스피 급등에도 불구하고 고액자산가(슈퍼리치)들의 대규모 주식시장으로의 선회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투자가들이 돈을 불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슈퍼리치들은 여전히 자산유지를 가장 큰 목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황세영 센터장은 “수퍼리치들은 시장이 변한다고 투자 패턴을 급격하게 바뀌지 않는다”면서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투자비중을 ‘살짝’ 늘리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격적 투자성향이 있는 수퍼리치의 경우에도 주식 100%짜리보다 주식 30%짜리 펀드에 가입하거나 롱숏펀드에서 롱을 숏보다 20%가량 높게 올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황혜진ㆍ원호연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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