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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vs 우리은행, 중기대출 2인자 놓고 각축전
뉴스종합| 2015-04-21 10:09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중소기업대출 시장을 무섭게 장악해나가고 있다. 중기대출의 절대강자 IBK기업은행마저 위협하며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일단 윤종규 국민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최근 교체된 4대 시중은행장 간 영업력 경쟁에서는 한발 앞선 셈이다.

▶1위 기업은행과의 격차, 단 2000억원=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에만 중기대출시장에서 각각 2조4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중기대출시장 절대강자인 기업은행(2조6000억원)과도 채 2000억원 차이에 불과한 액수다. 업계에서는 두 은행의 실적에 놀라는 기색이 여력하다. 같은 기간 외환은행은 1조2000억원, 하나은행 7000억원, 신한은행은 3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리 은행 실적이 전년대비 못한 건 아닌데 국민과 우리가 워낙 앞서가다보니 마치 실적이 안 좋은 것처럼 비춰질 정도”라면서 “개척이 쉽지 않은 중기시장에서 세달만에 2조원이 넘는 실적을 냈다는 건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경쟁사 실적뺏기, 파격적 금리제시 등으로 시장질서가 훼손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비결은?=국민은행은 올해 초 조직개편에서 200명 규모의 ‘중소기업지원그룹’을 신설했다. 본부별로 산재돼있던 인력을 한데 모아 중소기업 지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초 도입된 ‘원스톱(One-Stop) 서비스’와 ‘KB 와이즈(Wise) 컨설팅’은 실질적인 실적증대 효과를 가져왔다. ‘원스탑 서비스’는 영업점이 기업대출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일괄적으로 조정해주는 영업지원 서비스 창구다. 심사, 금리 파트 등 담당 부서가 제각각이라 대출승인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 역시 한참 소요된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영업점이 대출 처리 부서에 일일히 전화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이로 인해 대출 신청에서 통보까지 2~3일이면 끝이 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실시된 경기도 고양시 삼송테크노밸리의 아파트형 공장 잔금대출을 KB국민은행이 휩쓸다시피한 것은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기업고객과 개인고객 컨설팅에 협업체계를 구성한 것도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6년전부터 기업의 경영컨설팅과 가업승계컨설팅 등 맞춤형 자문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최근 개인고객 컨설팅과 연계해 새로운 기업금융 실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공인회계사 및 세무사 등 전문가로 구성한 컨설팅 자문단을 1~2주간 기업에 상주시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기업여신 발굴을 위해 ‘발로 뛸’ 기업금융 경력자 30명도 특별채용했다.

우리은행은 좀 더 공격적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상반기 내 연간 사업목표 70% 달성, 3분기 사업목표 100%달성’이란 목표에 맞춰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우선 ‘여신사전한도제’를 실시해 전년도 실적 자료가 확정되지 않아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흡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보통 1/4분기에는 전년도 실적이 늦게 나와 기업들이 대출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사전 조사를 통해 업체별 여신한도를 확정해 업체들에 선제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점포특성을 고려해 잘하는 분야에만 집중토록 한 것도 주효했다. 과거엔 개인금융이 강한 점포를 포함해 모든 점포에 최소 1명 이상씩 배치돼있던 중기대출 전문가를 지역별 거점에 위치한 금융센터(70~80개)로 집결시켜 중기대출 역량을 강화했다. 개인금융특화점포에서는 중기대출 실적을 배제하는 등 잘하는 분야에 역량을 강화시킨 것도 결과적으로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적과 연동시킨 특별수당 및 승진 인센티브는 직원들의 사기 향상요인으로 작용했다.


▶은행들 중기대출 정중동, 왜?=이처럼 은행권에 중기 대출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은 저금리ㆍ저수익 환경에서 그나마 우량 중소기업 대출의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부실이 수 차례 터지면서 우량 중기 대출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특히 수익성이 높으면서도 리스크가 낮은 소호대출 증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안정성과 수익성은 큰 반면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은 또 다른 장점이다. 또 다른 은행관계자는 “대기업은 건당 액수는 크지만 한 번 문제가 커지면 은행까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건당 액수가 작아 문제가 터져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객 수를 확보해 시장 내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정부가 관련 실적을 은행평가에 반영한다는 점도 은행들이 중기대출에 신경쓰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매년 금융당국이 혁신성 평가 항목에 기술금융과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반영하기 때문에 중기 대출 실적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은행권 중기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지난해(35조4000억원)보다 3조원이나 늘어난 38조4000억원으로 잡았다. 목표 달성시 올해 말 은행권 중기대출잔액은 총 56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말(522조4000억원)보다 7.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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