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혁신 아이콘 달리는 SH공사…공공디벨로퍼로 거듭난다
부동산| 2015-04-22 07:43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SH공사 혁신의 키워드는 공공디벨로퍼입니다.”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지난달 서울시민에게 최고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SH공사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공공디벨로퍼(developer)’라는 개념을 특히 강조했다. SH공사의 정체성을 서울시 산하 주택정책 실행기관이라는 소극적 개념에서 공공디벨로퍼라는 적극적 개념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SH공사는 이를계기로 공공 부동산 개발회사를 뜻하는, 공공디벨로퍼로서의 새 정체성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변창흠 SH공사 사장이 시민들과 함께 ‘SH공사가 시민께 드리는 혁신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장기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서울에는 민간기관이 선뜻 나서지 못해 공공에서 물꼬를 틀 수밖에 없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혁신방안 발표와 함께 공공디벨로퍼를 표방한 SH공사는 향후 서울시가 손대지 못하고 있는 골칫거리 사업의 해결사로서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SH공사는 서울시가 수립한 주택정책이나 개발사업의 실행기관 역할에 충실해 왔다. 기관 고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부채가 급증했고, 시민들의 눈엔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다. 향후 SH공사는 부채 감축과 함께 구도심 개발(도시재생), 주거복지 서비스, 인사혁신, 주거품질 향상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공공기관으로 재탄생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SH공사가 ‘혁신의 아이콘’을 자임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일이다.


공공디벨로퍼로서의 SH공사는 향후 민간디벨로퍼가 하지 못하는 공공의 영역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생소한 공공디벨로퍼라는 개념에 대해 변 사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해외의 민간디벨로퍼(땅 매입부터 개발계획의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역할에 공공성을 더한 개념으로 설명했다. 다시 말해, 민간디벨로퍼처럼 부동산을 개발해 해당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민간이 할 수 없는 공공의 영역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3월에 나온 SH공사 혁신방안 발표는 서울시가 작년 11월 산하 18개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기관별로 실정에 맞는 혁신안을 마련해 혁신약정을 체결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18개 기관 중 가장 먼저 혁신안을 발표한 SH공사는 조직을 과감히 혁신해 시민 기대에 부응하는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전문기관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SH공사가 밝힌 5개 분야 혁신방안은 ▷촘촘한 주거복지 ▷맞춤형 도시재생 ▷안심 주거서비스 ▷건전한 재정기반 ▷청렴 및 인사혁신으로 이뤄졌다.

5개 분야는 모두 민간이 할 수 없는 공공의 영역사업, 조직 혁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첫번째 혁신 방안인 촘촘한 주거복지 서비스는 기존 SH공사의 대표적 업무영역인 공공임대 주택과 관련된 내용이다. 임대주택을 공공임대 6만호, 민간임대 2만호 등 총 8만호 공급하고 기존 공공임대주택 정책 등 서울시 주거복지 서비스 수혜층이 되지 못한 1인 가구, 시설장애인, 노숙인 등을 위한 맞춤형 공동체주택 약 1만호를 2018년까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인 가구를 위한 공공기숙사, 준주택 등을 내년부터 매년 2500호씩 3년간 7500가구 공급하고 장애인과 노인 및 노숙인을 위한 자립생활 지원형 주택 등을 내년부터 매년 300호씩 3년간 900호, 장기안심주택과 공가 활용형 및 노후건물 리모델링형 민간주택 임차형 공공임대주택을 내년부터 매년 400호씩 3년간 1200호, 민간 비영리조직의 사회주택사업의 일환인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등을 내년부터 매년 100호씩 3년간 300호 등 총 9900호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SH공사만의 주거 서비스 브랜드 또한 만들어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 내 11개 주거복지센터를 거점으로 활용하고, 지역 맞춤형 주거복지서비스를 위해 4개 권역별 주거복지단 시스템을 운영할 예정이다.

두번째 혁신 방안인 맞춤형 도시재생은 새롭게 정립한 공공디벨로퍼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내용이다. 기존 분양 중심의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리를 통해 지역자산을 확충하고 지역주민과의 연계사업을 통해 주거안정성을 높이며 장기적 접근으로 재원조달방식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나 미국 보스턴의 공공디벨로퍼 형태, 일본의 민간디벨로퍼 등의 방식을 참고해 서울에서는 SH공사가 공공디벨로퍼로서 도시재생사업을 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무도 나서지 않는 사업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고 일자리 기반 및 산업기반을 조성해 서울의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당역 공영주차장 등 15개 시유지를 복합개발하고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부동산 리츠를 설립하며 1조원 가량의 예산을 도시재생사업에 투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지부진한 뉴타운 대안사업의 총괄시행자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공원, 주차장, 도서관 등의 생활 인프라를 걸어서 10분 안 거리에 조성하는 ‘10분 동네’ 사업도 전개할 계획이다.

세번째 혁신 방안인 안심주거서비스는 건설현장에는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가급적 하자가 없는 주택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건설현장에는 30분내 응급조치, 3시간내 복구, 3일내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 3-3-3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주택의 하자율을 낮추기 위해 입주시 처리하지 못한 하자비율이 10%를 넘은 업체는 입찰참가에 제한을 두고 늑장 하자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긴급보수비용 100억원의 예산도 편성할 계획이다.

네번째 혁신 방안인 건전한 재정은 2014년 대비 2018년까지 3조원의 부채를 감축하고 시민 주거안정을 위해 3조원 가량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부채는 자산리츠 활용과 재고자산 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감축할 계획이고 부동산 리츠를 통한 민간자금 유치, 시유지 활용 등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섯번째 방안인 청렴 및 인사혁신을 위해 고충처리를 활성화하고 입찰비리와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며 회계 및 재정 등 분야에 전문 직원제도를 도입하고 처장급 이상 개방형 직위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등을 위한 지역 전문가 5000여명을 양성하기 위한 서울 SH아카데미도 운영할 계획이다.

변 사장은 “지난달 서울시민들께 SH공사의 5개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SH공사가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환골탈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올해부터 SH공사의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며 “SH공사는 앞으로 시민들께 신뢰할 수 있는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도심을 되살릴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주도하는 공공디벨로퍼로 거듭나 서울시민들의 주거문제 해결사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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