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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좌담회] “한국경제는 구조적 위기…올해가 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
뉴스종합| 2015-04-27 14:58
[헤럴드경제=함영훈ㆍ원호연ㆍ손수용 기자]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진단하고개혁의 해법을 찾기 위해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 공동으로 지난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구조개혁의 필요성과 추진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연중기획 세미나 ‘2015년, 한국경제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의 첫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며 과감한 공공분야 규제 개혁과 고용 유연성 제고를 주장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 차관,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대표의 사회로 해법을 모색했다. 

헤럴드경제-현대경제연구원 공동주최로 지난 22일 열린‘구조개혁의 필요성과 추진방향’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과감한 공공분야 규제 개혁과 고용 유연성 제고를 주문했다. 왼쪽부터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 차관,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대표.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한국 경제의 3가지 위기, 4가지 병증=참석자들은 한국 경제가 일시적 경기침체가 아닌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각 부문의 경직성으로 인해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인구학적 변혁과 국내외적으로 심화되는 경쟁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서 당장의 경제 위축은 물론 미래 성장을 위한 잠재력 저하까지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주형환 차관은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확장적 거시정책과 투자 촉진, 부동산 대책에 힘입어 거시경제와 자산시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1990년대 13.6%를 보이던 경상 성장률이 2011년 이후 5년 연속 4%대로 떨어지는 등 성장 잠재력이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기간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구조 개혁이 없었다며 “과감하고 선제적인 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선거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올해가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며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제 주체들이 구조개혁을 미루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의 상황을 서서히 끓는 냄비 속에서 죽음을 예감하지 못하는 개구리에 비유했다. 김 원장은 한국경제의 현실은 3가지 위협에 빠져있으며 4가지 병증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3가지 위협으로 ▷인구감소의 쓰나미 ▷늘어나는 빚 ▷주력 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2017년에는 생산가능인구, 2030년에는 총인구가 감소한다. 효율적인 인력 활용이 중요해지는 것. 국가 부채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미래의 빚으로 미뤄 둔 공적 연금 충당부채는 빚으로 인지되지 않는다. 중국의 성장은 기회일 뿐 아니라 우리 주력 산업을 위협하는 위기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이같은 위협이 우리 경제에 일으키는 병증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제로섬형 경제’다. 성장률이 높을 때는 비용을 들여 투자를 하면 미래 수익이 늘어나니까 각 경제주체가 전체 파이를 키우겠다는 협력 정신을 가졌지만,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되자 기득권층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 놓을 생각이 없어졌다는 것. 기득권이 공고화된 경제는 기업 교체율이 2003년 0.3%에서 2013년 0.23%로 낮아지는 등 활력을 잃게 된다.

둘째, 심화되는 경제의 ‘양극화’다. 김 원장은 ”경제의 더 많은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약화되면서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수출 분야와 내수 분야가 양극화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금융 분야가 오히려 가장 낮은 생산성을 보여 개혁 ‘1순위’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셋째, ‘미스매치 경제’다. 그는 “과거 경제 위기 후 청년 실업률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정작 300명 미만 중소 사업체의 인력 충원률은 낮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모든 경제주체가 ‘지대 추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사기업보다 고시, 공기업 취업이나 금융 분야 진출을 꿈꾼다“며 ”이런 분야에 지대가 확보돼 있다는 얘기고 금융ㆍ교육ㆍ공공서비스 등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런 분야들은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를 내세워 개혁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관 무협 부회장은 “개혁을 책임지고 추진할 컨트롤타워가 없고 개혁 대상은 지연 전략으로 버티다보니 구조개혁이 기대만큼 진전이 없다”며 “정부의 역량, 시간 제약, 개혁 피로감을 고려해 개혁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직화된 노동이 최대 지대추구 세력”= 최근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노동 개혁안을 노동계가 거부해 노사정 타협안이 결렬된 탓인지 고용 유연성 제고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 김 부회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도가 세계 152개국 중 133위”라며 “이런 경직성이 유지되면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심한 것은 제도화되고 조직화된 노동 집단이 비조직화된 노동시장에도 경직된 제도를 주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적응을 못하면 이직을 해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고용하는 시스템에 익숙하다 보니 경쟁적 환경에 적응을 할 수 없다”면서 “제도적으로 쉽게 취업하고 쉽게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동계가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잡 페어 등 취업 정보를 유통하는 정책을 활성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 부회장은 정부에 대해 “노조에 끌려가지 말고 대 국민 홍보를 통해 확보한 타당성을 가지고 제도 개혁을 밀어 부치라”고 요구했다. 그는 독일 슈뢰더 정부의 노동 개혁 플랜인 ‘아젠다 2010’을 노동개혁의 모델로 제시했다. “1970년대 사민당 정권 시기 경제성장률은 1.4%로 떨어지고 실업률은 11.3%로 치솟았지만 슈뢰더 정부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한 아젠다 2010을 통해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하자 실업률이 2013년 5.3%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 차관은 “내년부터 60세로 정년이 늘어나는데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가 조정되지 않으면 신규채용 여력이 감소할 것”이라며 대기업 절반 이상이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한 지난 3월 고용노동부 조사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노동시장 개혁의 주 목적 중 하나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고 이를 위해서는 과도하게 보호된 부분을 적정화해야 한다”면서 “노조에 대표되지 않는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대표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명확한 취업 규칙 변경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고 임금피크제로 청년 고용을 늘리는 업체에는 장려금을 지원할 것“이라면서 “노사정위원회에서 공감대를 이룬 통상임금 범위 변경과 근로시간 감소에 대해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체계개편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컨설팅과 장년 적합업무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점도 약속했다.

▶공공분야 규제개혁은 과감하게= 공공분야 개혁과 규제 혁파도 지대추구 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주 차관은 “정부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대추구 행위를 제거한다고 밝혔다”면서 공공부문의 방만 경영을 방지하고 공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기능이 시장 변화나 기술 제반 여건 변화에 따라 꼭 필요한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공기관에 대해 1단계 정상화 대책인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개선을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핵심 기능 중심으로 개편해 성과 중심으로 인력과 조직을 운영, 생산성을 제고할 뜻을 밝혔다. 공무원 연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조속히 합리적인 개혁안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정치권의 관심을 요청했다.

산업계는 체감도 높은 규제 개혁을 요구했다. 김 부회장은 ”총규제가 1만4689건에서 고작 286건 줄어들었다”며 “기업들 사이에서는 왜 정부가 여전히 규제활동을하느냐는 비판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최고통치권자가 관심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면서 일본의 ‘그레이존 해소 제도’와 ‘기업실증특례제도’를 벤치마킹해 기업 맞춤형 규제 개혁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레이존 해소 제도란 기업이 추진하는 신사업이 기존 제도에 없거나 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기업 신청에 의해 담당부처가 규제적용 여부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제도다. 기업실증 특례제도는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할 때 규제 도입 취지에 맞는 보완책을 제시하면, 정부가 그 규제를 없애주거나 특례를 통해 적용을 배제시켜주는 제도를 말한다.

한편 김 원장은 국회를 겨냥해 ”의원입법을 통해 규제의 질이 점점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며 “규제의 부작용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 입법 과정에서 이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규제 개혁이 기업만을 위한다는 이미지가 있는 만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예를 보여주는 토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주 차관은 “규제 개혁은 돈 한푼 안들이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규제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의 건수 뿐 아니라 관련 비용을 관리하는 ‘규제 비용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규제에 대해서는 2017년까지 20%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필요한 곳에 돈과 사람이 모이도록”= 산업계를 대표하는 김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기술신용대출이 확대되고 모험자본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약하다“며 금융권의 보신주의 타파를 강조했다. 정부를 대표한 주 차관은 “업권 간 칸막이를 없애고 실물 지원 역량을 강화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금융개혁을 하겠다”며 경쟁을 촉진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할 뜻을 밝혔다. 올해 20조원이 지원될 기술 금융에 대해서 ”기업에게 필요한 그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크라우드펀딩과 자본시장 및 인수합병 활성화도 약속했다.

주 차관은 교육과 관련해 ”교육개혁추진협의회를 통해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 입시위주 교육 탈피, 학벌주의 해소 등을 위해 5대 개혁과제를 중점 추진하겠다“면서,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학교 지정과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업도 노력해야”= 기업 역시 필요한 것에 대한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회를 위해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부회장은 “산업계도 자체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일본이 지난해부터 시행하는 사업 경쟁력 강화법을 통해, 소니 히타치등 대표기업이 정부의 지원을받으면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 차관은 “정부는 정상기업이 선제적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면 혁신을 단행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업 재편과 관련된 공정거래법 및 상법 요건 완화와 관련 세제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사업재편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참가자들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구조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저해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산업계가 올바른 기업가 정신 구현을 위해 대ㆍ중소기업 상생과 사회공헌활동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정부도 기업가 존중과 창업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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