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라이프 칼럼-최정철]곤쟁이 항아리와 전통문화 계승
라이프| 2015-04-28 11:02
요즘 세계적으로 한국 단색화의 인기가 대단하다.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모이는 아시아 최대 아트 페어 ‘아트바젤 홍콩’에서 우리나라 단색화 특별전을 개최하는가 하면 소더비, 크리스티 같은 규모 있는 경매 업체에서도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화려함 대신 수수하고 덤덤한 한국적 미를 표현한 단색화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러한 현상은 우리 문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이 현대의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70년대에 태동한 추상화 사조인 단색화를 ‘전통’이라 칭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단색화는 절제와 비움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나라 특유의 ‘여백의 미’와 자연을 중시하는 한국적 정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우리의 대표 미술이다.

이렇게 다분히도 한국적인 작품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요즘, 전통을 현대로 가져와 계승시키자는 우리 문화계의 오랜 다짐이 구호에만 마무르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것만 같다. 외적인 시류를 쫒기보다는 우리 고유의 것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경쟁력을 발견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가 세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이번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되는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5’전에 키다리 곤쟁이 항아리를 출품하는 이현배 옹기장의 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곤쟁이 항아리는 키가 크기 때문에 아래를 숯불로 말려가면서 독을 짓는다. 흙을 쌓아 올리며 아래 쪽을 굽고, 동시에 또 위를 빚어 올리는 과정을 천천히 진행하면서 항아리를 단단히 만드는 것이다.

우리 문화의 발전 과정도 이와 같아야 한다. 전통과 현대를 자르듯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다져나가고 그 위에 계속해서 현대를 쌓아 올려가며 단단하게 하나의 것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은 분리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동시에 행해져야 하며, 이것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하나를 이루었을 때, 그 위에 미래라는 유약을 바르면 될 것이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건축가 마리오 벨리니는 2013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을 관람 후 한국의 성공 이유를 알게 됐다고 했다. 한국이 IT와 자동차 등 각 산업에서 눈부신 발전과 성공을 거두는 데에는 뛰어난 전통 문화가 기저에 있기 때문이며, 그리고 한국은 이 전통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는 감상평을 밝힌 바 있다.

올해 밀라노에 소개되는 한국공예전의 주제는 <수수 덤덤 은은>이다. 조용하면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한국의 전통 문화가 다시 한 번 세계를 감동시키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앞으로도 한국의 전통 문화를 잃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로 가져와 더욱 단단히 하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마치 곤쟁이 항아리를 구워내듯 은은한 군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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