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창출 프런티어’로 나서 업계 화제
-시니어사원도 포용…앞선 채용문화 실천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1. 종합상사에서 일하며 창업을 준비하던 김현우(가명ㆍ36) 씨는 지난해 7월 마침내 원하던 꿈을 이뤘다. 회사일로 러시아를 드나들며 알게 된 ‘마트로시카 인형’ 판매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당장 매장을 구하는 데만 최소 수천만원의 목돈이 필요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제공하는 ‘청년창업휴게소’ 사업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 정성스럽게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마침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김 씨는 횡성(강릉 방향)휴게소에서 매장을 구하는데 성공했고, 창업한지 6개월만에 팬시점 등 5곳에 인형 등을 납품하며 월매출 600만~700만원을 올리고 있다.

#2. 고등학교에서 과학교사로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한정문(가명ㆍ57) 씨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시니어 사원에 채용돼 27일부터 성주 도로공사지사에서 하이패스 홍보업무를 하고 있다. 한 씨는 “월 평균 65만원 정도의 급여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주 3일근무로 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은 것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하남휴게소에서 테디팩토리 인형가게를 창업한 창업자가 고객에게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판매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초기자본금이 없어 애를 먹던 직장인 김 씨와 퇴직후 일자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한 씨는 모두 도로공사가 제공하는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도로공사는 이처럼 ‘청년창업휴게소’와 ‘시니어 일자리 제공’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한 사회공헌으로 여기고 있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은 지난3월 임원회의에 참석해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라며 “고속도로 인프라 등을 활용해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도로공사는 올해 휴게소 매장을 창업공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모두 300명의 청년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니어 사원(만55세 이상) 500명과 신입사원 채용 등을 통해 모두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꿈꾸는 청년에게 창업 기회를=청년 창업휴게소 사업은 도로공사가 지난해부터 만 20세~35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창업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우수한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금이 부족한 청년들을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마련된 창업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청년창업가들은 일반창업(기존 메뉴와 차별화되는 간식류와 식사류) 분야와 지식창업(공예, 그림, 패션소품 등)으로 나뉘어 지원하고 창업전문가, 대학교수 등이 이를 심사해 지원 대상을 결정한다. 현재 이 방법으로 전국 9곳 휴게소에 29개의 매장이 문을 열었고, 이곳에서 모두 61명이 일하고 있다.

김현우 씨는 “권리금과 보증금 없이 매장을 구해 부담이 없는 수준의 공간 사용료와 매출에 비례한 수수료 정도만 내고 있어 초기자본 없이 시작한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며 “유동인구가 많아 시장 반응도 바로 살필 수가 있어 유리하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중부고속도로 하남드림휴게소에서 인형가게 ‘테디팩토리’를 창업한 이미진 씨 역시 “일평균 4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우수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된 청년사업가들은 최장 2년간 본인이 희망하는 휴게소에서 창업매장을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인테리어 비용, 전문가 컨설팅, 온ㆍ오프라인 홍보 등의 지원도 이뤄진다. 고객반응이 좋을 경우 우수창업 인증서가 부여돼 휴게소에 정식으로 입점해 계속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해의 5배에 가까운 청년창업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예정이다. 도로공사는 전국 78개 휴게소에 100개 매장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300여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도로공사는 판단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이달 27일부터 5월22일까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해 6월중 심사를 통해 우수 창업 아이템을 선정한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시니어사원에 채용된 시니어 직원들이 고속도로 현장에서 제한차량 단속업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시니어에게도 희망을=도로공사는 지난 2012년부터 취업취약계층인 고령자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총 1045명의 고령자들이 취업기회를 얻었다. 채용된 시니어 사원은 고객서비스 개선업무, 제한차량 이동단속반 보조업무, 환경정비 업무를 하고 있다. 시니어사원은 6개월 간 기간제 근무형태로 일하며 주3일 격일제로 근무한다.

도로공사는 올 4월27일 기준 405명을 채용했고 하반기 추가로 95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이번에 채용된 시니어 사원은 27일부터 근무를 시작했으며, 도로공사 산하 지역본부(5개소), 지사ㆍ도로관리소(50개소)에서 고속도로 고객접점 환경정비ㆍ서비스 개선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시니어사원 근무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92%가 다시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며 “근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신입사원도 많이 채용할 계획이다. 도로공사는 올해 신입사원을 247명 뽑는다. 지난 3월 실시된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총 147명의 신입직원을 선발했으며, 4~5월 고속도로 현장 유지관리와 시설물 점검을 담당할 도로관리원과 차량 정비원 100여명을 새로 뽑는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여건이지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목표한대로 6조4000억원의 부채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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