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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인수전] “승자의 저주 받으라고?” 호반건설의 이유있는 항변
부동산| 2015-04-29 08:25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금호산업의 가치보다)높은 가격을 썼다가 승자의 저주를 받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호반건설은 29일 오전 금호산업 지분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무효화됐고 그 이유가 유일하게 본입찰에 참여한 호반건설의 입찰가가 예상보다 낮기 때문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실사 결과에 따른 합리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호반건설은 지난 28일 오후 3시 금호산업 지분 매각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이 선정한 5개의 입찰적격자 중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했다.

채권단에서는 9000억원~1조원대의 입찰금액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호반건설은 6007억원을 써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최근 오픈한 호반건설의 아파트 분양 견본주택을 찾아 현장 지휘를 하고 있다.

이 금액은 금호산업 주식 1주의 가치를 약 3만900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현재 금호산업 1주 가격인 2만2850원보다 무려 약 35% 높은 가격이지만 채권단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채권단은 입찰 가격을 전해 듣고 즉각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 측에서는 “채권단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했다”는 의견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본입찰에 앞서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이 선정한 5개의 입찰적격자 중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호반건설 단 한 곳 뿐이었다. 호반건설 외 4개의 입찰적격자는 모두 사모펀드로 응찰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건설 측은 “다른 입찰자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만약 다른 입찰자가 참여했다면 과연 호반건설이 써낸 금액(6007억원)보다 더 높게 써낼 수 있었겠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금호산업 지분 매각 본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나온 적정 금액으로 평가한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입찰이 유찰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매사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안정적 경영을 펼치는 호반건설의 경영원칙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반건설은 현재 분양 중인 아파트 사업장에서 계약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다음 분양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90%룰, 남의 돈을 빌리지 않는 무차입 경영 등으로 화제가 된 기업이다.

호반건설은 이런 경영방식으로 최근 수 년간 이어진 부동산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을 계속 이어나가 지금까지 미분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결국 지난해에는 시공능력평가 24위에서 15위로 뛰어오를 정도로 급성장세를 보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낮은 금액을 써낸 것에 대해 기업간 ‘상도’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기도 한다.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도저히 써낼 수 없는 금액을 써내는 행위 자체가 재계에서 도의를 잃은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는데 오히려 낮은 금액을 써서 경쟁 상대인 박 회장의 숨통을 틔워줬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호반건설과 금호산업 모두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호남 지역에 기반한 기업이기 때문에 호반건설이 금호그룹을 이을 차세대 지역 경제계 주자라는 점을 이 기회를 통해 강조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수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온 호반건설의 김상열 회장은 지난 3월20일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제22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됐다. 즉, 이번 입찰전을 통해 금호그룹에 위기가 올 경우, 언제든 호반건설이 그 자리를 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역에 전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현재 KBC광주방송, 여주 스카이밸리CC, 호반비오토, 호반티에스 등 1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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