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슈퍼리치] 73억명에 1개씩…‘키즈토피아’ 장난감 왕국의 거인들
뉴스종합| 2015-05-01 11:12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윤현종 기자, 김성우 인턴기자]

#간단한 퀴즈 3개. 참고로 각 문항의 답은 모두 다르다.

1. 2009년 기준 전 세계 60억명이 ‘이것’ 부품 또는 조각 62개씩을 갖고 있다. 1초에 3.9개씩 팔리고 있는 ‘이것’의 한 품목을 모두 이으면 지구 4바퀴를 돌고도 남는다. 무엇일까?

2. 3초마다 1개, 매년 1050만개씩 팔리는 ‘이것’은 지난 56년간 전 세계에 최소 10억개 이상 퍼져있다. 무엇일까?

3. 30년간 ‘이것’은 단일품목 기준 4억개가 팔렸다. 무엇일까?

힌트 하나, 세 문제의 정답은 각각 ‘국적’이 다르다. 덴마크ㆍ일본ㆍ미국이다. 덴마크, 미국, 일본의 브랜드 중 하나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정답으로 가는 마지막 열쇠를 공개한다. 우리 중 일부는 이걸 갖고싶어 부모님을 ‘강하게’ 조르거나 세뱃돈을 남몰래 모으기도 했다. 굳이 갖고싶지 않았더라도 친구들 손에 쥐어진 이것을 만져보기라도 했을 것이다. 일부는 어른이 돼서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어른들의 세계에선 ‘이것’을 이용해 캠페인도 한다.

▶ 레고를 이용한 그린피스의 캠페인 동영상 


 동영상 = 그린피스 비디오(greenpeacevideo) 유튜브 채널


세 문제가 묻는 공통 키워드, 짐작이 가는가.

아쉽지만(?) 이쯤에서 정답을 공개한다. 1번의 ‘이것’은 레고다. 2번은 바비인형, 3번은 소위 ‘건프라’로 불리는 건담 프라모델이다. 


한 사람이 각 퀴즈에 등장하는 장난감 가운데 1세트 또는 1개씩만 갖고있다 가정해도 총 74억개다. 2015년 현재 세계 인구는 73억명을 넘긴다. 가히 인류를 사로잡은 아이템들이다.

물론 지구촌을 거머쥔 세계 최고의 장난감 기업은 극소수다. 하지만 세계 도처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다. 인간에게 평생 놀잇감을 안겨준 왕국 주인들은 글로벌 주요 완구브랜드 대부분을 휘하에 거느렸다.

먼저 덴마크의 레고다. 영국 브랜드파이낸스 연례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 레고의 브랜드가치는 4조700억원(미화 38억9000만달러)이다. 세계 완구브랜드 상위 25개 중 최고다.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레고 상속자.

기업가치(EV)도 세계 장난감기업 중 단연 선두다. 쉽게 말해 기업 매수자가 레고를 산다고 할 때 지불할 규모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레고 기업가치는 2013년 기준 최소 16조600억원(150억달러) 이상이다. 뉴욕 BMO 캐피탈마켓 애널리스트 게릭 존슨은 “각종 재무지표를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70억달러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 ‘블록왕국’ 주인도 상당한 자산가다. 1932년 레고를 창립한 크리스티안센 가문은 지금껏 회사를 소유하며 직접 경영하고 있다. 오너가족이 운영하는 지주회사 ‘키르크비(KIRKBI) A/S’ 지분은 75%다. 현재 레고를 이끌고 있는 상속자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의 개인자산도 10조1700억원(95억달러)에 달한다.

덴마크에 블록왕국이 있다면 미국엔 인형왕국이 있다. 바로 바비인형을 만드는 미국 대표 완구기업 마텔(Mattel)이다. 이 기업의 브랜드가치는 총 2조1400억원(20억800만달러)으로 레고 뒤를 쫓고 있다. 기업가치는 11조7700억원(110억달러)이다.

크리스토퍼 싱클레어 마텔 CEO.

마텔은 현재 바비와 유아용 장난감 피셔프라이스 등 7개 브랜드를 쥐고 있다. 2013년 들어 레고에 세계 최고 자리를 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심기일전 중이다. 4월 초 새로 선임된 CEO 겸 회장 크리스토퍼 싱클레어는 최소 112억원(1050만달러)의 보수를 받고 바비왕국을 이끌게 됐다.

일본의 장난감 왕국도 무시 못할 상대다. 건담 프라모델로 유명한 반다이남코그룹이다. 그룹을 이끄는 슈쿠오 이시카와 CEO의 지난해 총보수는 13억4000만원(1억4800만엔) 정도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업 브랜드가치는 총 1조1300억원(10억5900만달러)이다. 기업가치도 6조9300억원(64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슈쿠오 이시카와 반다이 CEO.

반다이는 일본어로 만대(萬代), 즉 오랫동안 이어지리란 뜻이다. 그 의미에 걸맞게 건담 프라모델(이하 건프라)은 1980년 출시 이래 30년간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 중이다. 이 회사의 여러 캐릭터 중 건프라 매출비중은 2014사업연도 기준 37%에 달한다. 올해 초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아들에게 사준 것으로 알려진 장난감도 반다이 브랜드 중 하나인 ‘파워레인저 티라노킹’이다.

이렇듯 세계 3개국 주요 장난감기업이 보유한 완구브랜드는 14개, 이들 브랜드가치는 상위 25개 완구브랜드 총가치의 82%를 점한다.

여기에 유아 장난감 플레이스쿨과 보드게임 모노폴리 등을 거느린 미국 해즈브로까지 합칠 경우, 이들 4대 완구기업의 브랜드 가치 규모 비율은 상위 25개 브랜드의 99%까지 급등한다.

지금도 레고나 바비인형, 혹은 건프라는 세계 어딘가에서 팔리고 있을 것이다.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 73억명을 행복하게 하는 그들. 작은 장난감이 일군 왕국의 진정한 거인이다.

factis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