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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어린이 세계의 숨은 지배자…장난감 부호들
뉴스종합| 2015-05-01 11:12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목각인형서 착안한 레고…3대째 가족경영

호르스트 브랜드스태터
자재 줄이려 속빈 피규어 제작…세계적 인기

아이작 라리안
바비 누르며 인형여왕 등극 짜리몽땅 브랏츠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바비인형 제조사 마텔(Mattel)이나 영화 캐릭터 인형을 생산하는 해즈브로(Hasbro)는 창업자 사망 후 지분매각과 전문경영인 체제 등을 거치며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 들었다.

반면 가문 대대로 흔들림 없이 오너 리더십을 유지하는 장난감 회사들도 있다. 수십년 째 어린이 세계를 지배한 덕택에 이들 회사의 오너도 억만장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골 목공소에서 출발…80년 전통 잇는 레고 창업자 3세=가정마다 블록 신드롬을 일으킨 레고(LEGO)그룹은 1932년 설립된 이래로 지금까지 크리스티안센 가문이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창업자의 손자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Kjeld Kirk Kristiansenㆍ67) 회장은 오랜 세월 변치 않는 레고의 인기 덕에 덴마크 최고 부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레고는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에서 유래된 말로 ‘재미있게 잘 놀다(play well)’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름 그대로 지금은 세계 최대의 어린이 놀이왕국을 이룩했지만 그 시작은 단출했다.

목수였던 크옐의 할아버지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Kristiansen)은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자 생계를 잇기 위해 목각인형을 만들었다. 아내와 일찍 사별하고 네 아들을 홀로 키우던 올레는 아이들에게도 나무로 된 오리 장난감을 만들어줘 놀게 했다. 좋아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본 그는 목공소에서 쓰고 남은 목재로 목각 오리를 생산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손자 크옐 회장도 유년 시절부터 레고의 신규모델 콘셉트에 의견을 내고 직접 테스트하며 일찍이 사업에 참여했다. 1979년 31세 나이에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그룹을 이끌었다. 시골 목공소에서 출발한 레고그룹은 그렇게 3대에 걸친 가족경영을 거치며 세계 30여개국에 50여개 자회사를 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오일쇼크 속에서 묘수 던진 ‘플레이모빌’ 오너=1876년 설립된 독일의 브랜드스태터그룹(Brandstaetter Group)은 10㎝가 채 안되는 크기의 피규어세트 ‘플레이모빌(Playmobil)’로 150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1954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한 창업자의 증손자 호르스트 브랜드스태터(Horst Brandstätterㆍ81)는 1973년 불어닥친 오일쇼크로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호르스트는 원가절감을 위해 상품개발 책임자였던 한스 벡(Hans Beck)과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1974년 한스 벡은 원자재 사용을 최소화해 속이 텅빈 장난감 플레이모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브랜드스태터 그룹에 창사 100년 만에 새로운 전환기를 제공했다.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팔,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여 다양한 자세를 만들 수 있어 금세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열혈 수집가들도 한정판을 손에 넣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을 만큼 인기다. 덕분에 브랜드스태터는 독일의 고급 장난감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호르스트도 독일 내 유치원 놀이터에 플레이모빌 해적선을 기부하고, 신체장애 아동을 위해 자선사업을 벌이는 등 어린이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모국에서 존경받는 부호다.


▶8등신 금발인형 일색에 도전장 내민 이란 출신 기업인=2005년 ‘콧대 높은’ 바비인형을 누르고 ‘짜리몽땅한’ 인형이 연매출 8억 달러를 기록하며 새롭게 왕좌에 등극했다. 장난감 회사 MGA 엔터테인먼트가 2001년 내놓은 브랏츠(Bratz) 인형이 그 주인공이다.

브랏츠 인형은 아이작 라리안(Isaac Larianㆍ61) MGA 회장이 금발의 백인 일색인 인형시장에 반기를 들고 내놓은 상품이다. 4등신이 될까 말까 한 키에, 얼굴은 라틴계부터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유행에 맞춰 인형들에 옷을 입혀 성인들도 좋아했다.

라리안 회장 본인도 이란의 가난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17세 때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다. 회사 주식 82%를 소유한 그는 지난해 처음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진입했다. 마텔사와 6년간의 저작권 침해 소송 끝에 2011년 승소하며 바비인형의 유일한 대항마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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