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찹쌀떡 찹쌀떡 궁합이…‘19금’ 야한 가사들이 뜬다
엔터테인먼트| 2015-05-02 14:10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사랑. 노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주제이자 숙제이죠. 불꽃처럼 격정적인 사랑이든, 장작불처럼 은근한 사랑이든 연인 사이에 마지막으로 빼는 스킨십의 진도는 섹스입니다. 이 같은 ‘19금’ 주제를 다룬 노래의 등장은 필연이죠.

‘쌍화점’ ‘만전춘’ 등 현전하는 고려가요만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남녀상열지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시대를 불문하고 노래의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이자 시인인 황진이가 남긴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함께 읽어보시죠.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춘풍 이불 안에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어우야! 기자의 상상력이 조금 과한가요? 최근 한 방송사가 걸그룹 달샤벳의 신곡 ‘조커’ 가사가 남녀의 정사를 연상케 한다며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황진이가 지금 세상에 다시 태어나 이 시조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노래로 만든다면, 이 방송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빅뱅 `배배(Bae Bae)`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 이제는 중요한 홍보 수단인 ‘19금’= 세상이 바뀌어서 이제 ‘19금’ 가사는 가수들의 활동을 크게 제약하지 않습니다. 방송 출연 말고도 유튜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노래를 알릴 수단이 많아졌거든요. 따라서 요즘 기획사들은 방송 불가 판정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19금’ 가사는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됐습니다.

야한 가사 때문에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수많은 뉴스들을 양산합니다. 쏟아지는 뉴스의 양만큼 해당 노래를 향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죠. 해당 가수는 방송 출연을 못하게 되니 아쉬울 것이라고요? 에이~ 방송 출연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어요. 방송사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살짝 가사의 수위를 낮춰 다시 심의를 받으면 되거든요. 이렇게 하면 홍보는 홍보대로 하고 방송은 방송대로 챙길 수 있죠.

‘19금’ 가사로 인한 방송 불가 판정 관련 기사가 쏟아지거든 속지 마세요. 기사의 소스는 대부분 소속사에서 뿌린 보도자료들입니다.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 이젠 아이돌까지 ‘19금’ 대열 합류= “피가 한쪽으로 또 쏠렸어 네게” “너와 몸이 완전 착착 감기네” “찹쌀떡 찹쌀떡 궁합이 우리 우리 궁합이”. 현재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아이돌 그룹 빅뱅의 신곡 ‘배배(Bae Bae)’의 가사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수위가 상당하군요. 기자의 눈에 ‘음란마귀’가 낀 건가요?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결국 ‘19금’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실 ‘19금’ 판정은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청소년들도 얼마든지 ‘19금’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돌이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말은 가요계의 현실로부터 유리돼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걸그룹들이 몸의 일부를 겨우 가리는 수준의 의상을 입고 무대를 활보하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자극적이어야 대중이 주목을 하는 세상에서, ‘19금’은 이제 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가요계의 코드입니다. 이 코드에는 생존의 문제가 달려 있으니까요.

빅뱅 `배배(Bae Bae)`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 음악이 좋아야 ‘19금’도 인정받아= ‘19금’ 코드가 늘 성공을 담보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노출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던 많은 걸그룹들이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한 채 묻히고 말았죠. 또한 맥락 없이 노골적인 가사를 가진 노래는 오히려 대중에게 반감을 줍니다. 이유는 당연합니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차트를 휩쓸었던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곡이 단지 노골적인 가사 때문에 인기를 얻었나요? 아니죠. 중독성 강한 가사와 솔과 일렉트로닉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탄탄한 만듦새. ‘어머님이 누구니’는 우선 음악적 완성도가 매우 높은 곡이었습다.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곡에 붙은 ‘19금’ 가사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어요.

빅뱅의 신곡이 폭발적인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곡이 멜로디, 사운드, 편곡 등 여러 음악적인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껴지던가요? 지난 주에 발표된 모든 싱글들 중에 빅뱅의 신곡보다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곡이 과연 얼마나 있던가요? 단언컨대 지난 주 최고의 신곡이었습니다.

대중의 균형 감각은 절묘합니다. 대중은 결코 ‘19금’ 코드에만 매몰되지 않아요. ‘19금’에만 정신이 팔려 덤인 듯한 인상을 주는 급조된 노래에 지갑을 열어줄 대중은 없어요.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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