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월요광장-강윤선]손은 마음의 칼이다
라이프| 2015-05-04 11:13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위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아이디어라도 하루도 쉬지 않고 실천을 반복하는 사람이다. 실천이 실종되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세상을 바꿀 거창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 아이디어를 직접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장의 변화는 실천으로만 바뀐다. 그리고 실천만이 생각과 아이디어의 허구성과 허망함을 온몸으로 깨닫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 생각과 아이디어가 현실과 거리가 먼 허망한 관념이라는 사실도 내가 직접 실천해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전히 위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철학자 칸트의 말을 빌리면 인간이 무력한 이유는 이성의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성의 힘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한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생각하고 판단한 대로 과감하게 실천하면서 배우라는 말이다.

미용기술을 현장에서 온몸으로 익히는 사람과 미용학 개론을 책상에서 입으로 가르치거나 머리로 배우는 사람 간에는 건널 수 없는 다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강의장에서 수영하는 방법을 명강사에게 한 시간 정도 강의를 듣고 직접 파도치는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수영하기 시작하는 순간 파도치는 물결에 휩쓸려 코로 물을 먹거나 심지어는 익사할 수도 있다. 수영방법은 물살과 물의 깊이가 다른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지 않고는 터득할 수 없는 기술이다. 미용기술과 미용 관련 지식에도 동일한 차이가 존재한다. 미용기술을 온몸으로 현장에서 익힌 사람은 체험적 느낌이 남다르다. 하지만 미용학 개론을 책상에서 가르치거나 배운 사람은 체험적 느낌이 없이 머리로 이해한 정보가 머릿속에 축적된다. 실천 현장에서 온몸으로 기술을 익힌 사람은 머리보다는 가슴, 가슴보다는 손발이 움직여 기술을 체화시킨 사람이다. 반면에 책상에 앉아서 미용학 관련 지식을 머리로 이해한 사람은 손발보다는 가슴, 가슴보다는 머리가 발달한 사람이다.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 보면 한 발 걸음이라는 글이 나온다. 여기서 한 발 걸음은 독서가 독서로 끝나고 실천에 옮기지 않는 폐단과 병폐를 말한다. 독서의 결과가 실제 내 삶에 연결되어 실천되지 않으면 독서의 결과가 머릿속의 관념으로 축적될 뿐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읽은 책을 내가 몸담고 있는 일이나 현실과 연결시켜 직접 실천하면서 내 몸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관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독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독서의 결과를 어떻게 삶과 연결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다.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보다 읽은 책 중에서 얼마나 많이 내가 온몸으로 실천해보았는지가 중요하다. 책을 100권 읽었어도 머릿속의 정보로 남아 있으면 무용지물이다. 머릿속에 남아서 맴도는 정보가 나의 지식으로 되기 위해서는 직접 몸을 움직여 실천해봐야 한다. 독서를 강조하면서도 독서의 후속 조치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면 독서는 독버섯처럼 화려한 관념으로 머릿속을 치장할 수도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방법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손발을 움직여 실천하는 것이다. 1파운드의 생각보다 1온스의 실천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제 제발 생각만 하는데 그치지 말고 직접 실천해보자. 손발의 움직임이 머릿속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손의 마음의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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