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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가 결손가정…촉법소년들의 거듭나기
뉴스종합| 2015-05-04 11:42
가출팸 생활하다 상습절도 주홍글씨
14세미만 대상 형사처벌대신 교화역점
“뮤지컬 배우가 제 꿈이예요”



“어린이날로 받고 싶은 선물요? 옥주현 언니 뮤지컬 앨범이요. 뮤지컬 배우가 제 꿈이거든요.”

서울소년분류심사원(심사원)에서 만난 A(13) 양은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교실 한쪽에서 틀어준 만화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또래 아이였다.

A 양은 지난 겨울 동네에서 알게 된 언니, 오빠들을 따라 집을 나왔다. ‘가출팸’(가출 청소년이 모인 집단)이 돼 거리에서 생활했다. 가출팸 중 A 양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은 성매매를 하다가 잡혔다. A 양은 지갑과 스마트폰을 훔쳐 팔다가 만 14세 생일을 몇달 앞두고 잡혔다. 그런 A 양에겐 ‘상습절도범’이란 딱지가 붙었다.

법적으로 A 양은 ‘촉법(觸法)소년’으로 분류된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로, 형사처벌 대신 가정법원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촉법소년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심사원 근무자들은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성품 자체보다는 환경적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사원 경력 15년째인 송언섭(58ㆍ여) 상담심리사는 “여기 오는 아이들의 70% 이상은 결손 가정”이라며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출해 거리를 전전하던 중 밥 한 끼 사주는 성인 남성과 잠자리를 가지면서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던 한 소년도 결손가정 출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따져보면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법원은 촉법소년에게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심사원에서 가정환경과 심리상태 등을 판단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법무부는 아울러 소년원 직원이 1년 동안 학생을 돌보는 ‘희망도우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소년원에 들어간 촉법소년 수는 2012년 86명에서 2014년 26명으로 감소했다.

15세 이하 소년원 출원생 중 1년 이내 재입원 비율 역시 2011년 29.3%에서 2013년 21.8%로 감소했다. 가정 환경 등으로 어릴때부터 어쩔수 없이 범죄의 길로 들어선 촉법소년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심사원의 김철호 원장은 “일각에서는 아이를 교도소에 보내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교도소에서 성인 범죄자들에게 범죄수법을 배워 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라며 “심사원에서는 아이들이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와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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