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은 쉬는데 왜 어버이날은 휴일이 아닌가요?”
가정의 달인 5월이 되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같은 질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답변은 다양하다.
“어버이날도 휴일이 되면 5월에 쉬는 날이 너무 많아져서”라는 대답부터 “아버지, 어머니들은 돈 버느라 바빠서”라는 웃지 못할 해석도 있다.
어버이날은 국가기념일이지만, 어린이날과 달리 법정공휴일은 아니다.
그 이유에 대해 공휴일 규정을 담당하는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어린이날은 규정이 만들어질때부터 공휴일로 지정됐고, 어버이날은 그렇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2005년 식목일과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고, 2012년에는 한글날을 추가하는 등 1949년 제정이래 19차례 개정됐다. 하지만 그사이 어버이날이 공휴일에 포함된 적은 없다.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어버이날의 역사는 짧지 않다. 어버이날의 전신은 1956년 제정된 ‘어머니 날’이다. 이후 1973년 아버지와 어른, 노인을 포함한 의미를 지닌 어버이’로 개칭돼 오늘날에 이른다.
새삼 올해 어버이날의 공휴일 여부가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가혹한 어버이들의 현실 탓이다.
한국의 65세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2위인 스위스(24.0%)보다 두배가 넘는다.
노인 자살률도 인구 10만명당 81.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에 달했다.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격상해서라도 노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엔 어버이날을 공휴일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홍의락(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1명의 국회의원에 의해 공동 발의됐다.
이들은 “사라져가는 경로효친 사상을 함양하고 국민적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지난해 기준 연간 216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OECD 국가 중 2위”라며 “국민들의 근로시간 단축 및 휴일 확대에 대한 여론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에 쉬는 것이 생산성에 차질을 준다면, 어린이날을 5월 첫째 주 토요일로 지정하고 대신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법안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안정행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