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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방전’ 수출 코리아
뉴스종합| 2015-05-06 11:24
금융위기후 실질무역손실 124조
성장기여도 3분기째 마이너스
경쟁국 급성장·원화강세도 이유
수출해도 富 유출 역효과 우려
내수와 균형 경제구조 전환 시급



지난 40여년 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의 성장엔진 기능이 사실상 상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질무역 손실이 120조원을 상회한 가운데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지난해 3분기 이후 올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총 수출액도 올들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위기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맹추격에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보호주의 강화와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등이 근본 원인이다. 최근에는 세계경기 침체에다 저유가마저 수출감소를 부채질한다.

수출을 해도 국가의 부(富)를 늘리지 못하고 이제는 부를 유출시키는 역(逆)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단기성이 아닌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관련기사 3·6면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양적 확대 위주의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고부가화 등을 통한 수출의 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출 중심에서 서비스를 비롯한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무역손익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53년부터 2007년까지 55년 연속 흑자를 유지했으나 2008년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서 2010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실질무역손실 규모는 2008년 24조원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32조, 2012년에는 34조를 기록했고, 작년에도 14조원에 달했다.

지난 6년 동안의 누적 손실액은 124조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질무역손익은 수출입 물량과 가격 변동을 감안해 무역으로 벌어들인 부의 증감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교역조건 변화를 고려한 상대적 개념으로 동일한 금액의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총소득(GNI)에는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한다.

교역조건이 악화하면서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도 최근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며 수출이 더 이상 성장엔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여도는 작년 3분기 -0.6%포인트에서 4분기엔 -0.1%포인트, 올 1분기엔 -0.2%포인트를 기록했다.

장기적 추세를 보더라도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980~2000년대 1.0%포인트에서 2010~2014년엔 0.6%포인트로 낮아졌다

실질무역손실과 순수출의 성장기여도 감퇴는 수출 증가의 국내경제 파급효과가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과거처럼 내수진작이나 고용확대, 가계소득 증대 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얘기다. 특히 국민소득에는 마이너스가 돼 내수 위축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최근 수출과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 수출 침체가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일본과 유럽의 침체, 중국의 추격, 선진국 무역정책 변화 등이 복합돼 발생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며 대책을 주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부형 수석연구위원은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물론 부가가치 및 취업유발계수도 떨어져 수출 지향형 성장패턴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내ㆍ외수 균형성장 패턴으로의 전환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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