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현장에서-황혜진]갈수록 썰렁해지는 ADB총회
뉴스종합| 2015-05-07 11:01
“간담회 일정이 비는 건 처음이네 좋아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지난 3~4일 아르젠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아시아 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취재하러 간 취재기자들은 ‘출장일정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정 내내 점심, 저녁 간담회가 꽉꽉 찼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자유점심’일정이 여럿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업무가 줄어드니 좋아해야 할 것 같다가도 ADB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떨어졌나 싶을 정도로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이런 느낌을 비단 기자들만 받은 건 아니었다. 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예전 부총재때 참석했을때는 참석자들도 많고 면담요청하는 해외투자은행(IB)들도 많았는데 올해는 규모도 그렇고 참석자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작년 카자흐스탄 회의 때는 단 한곳도 면담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 IB와 마찬가지로 국내 은행권 참석률도 역대 최저다. 올해 행사엔 단 한명의 시중은행장 및 국책은행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역대 이런 경우는 없었다.

이유는 있었다. 한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 곧 창설될 텐데 그렇게 되면 ADB가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런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이 일본, 중국과 함께 아시아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ADB내에서 그만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늦장 참여결정으로 낮은 지분율을 갖게 됐다는 질타가 쏟아진 AIIB 상황이 오버랩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분율 배분은 참여선언 시기와는 무관하게 합의된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반박했지만 지분율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지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단번에 ADB의 영향력까지 흡수해버린 AIIB에선 밀리면 안된다. “최대한 한국에 유리하게 흐르고 흐리고 있다”는 최 부총리의 말처럼 지분율 순서와 고위직 확보경쟁에서 달라진 한국의 외교력이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hhj6386@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