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혁신 아이콘 달리는 SH공사]주택건설 넘어 주거복지기관으로 ‘변신 중’
부동산| 2015-05-12 11:03
형편 어려운 입주민 취업알선
치매 노인등 돌봄시스템 구축

1인가구·시설장애인·노숙인용
맞춤형 임대주택 1만호 추진도



#1. “아이구, 어르신 오셨습니까. 일자리를 빨리 찾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지난 11일 SH공사 소속 주거복지상담사 이병호(49) 씨는 서울 강서구 가양일자리상담센터에서 가양5단지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무직자들을 상대로 취업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임대 아파트 거주자들은 거주비용 부담이 한결 덜하지만 고정수입이 없을 경우 월 수만원 수준인 관리비나 수도료를 내지 못해 쩔쩔매는 경우도 많다. 이 씨는 이런 임대 아파트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맺어주는 ‘서비스’를 한다.

가양5단지에 사는 구모(56) 씨는 이런 서비스 덕분에 실제로 취업에 성공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지원을 받다가 탈락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그에게 일자리상담센터가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결과다. 그는 강서구청과 연계한 요양보호직에 취업해 올리는 월 100만원 가량의 수입으로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게 됐다. SH공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임대 아파트 거주자를 대상으로 일자리상담센터를 운영해 43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SH공사 소속 주거복지상담사인 가양일자리상담센터의 이병호씨가 서울시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무직자들을 상대로 구직 상담을 하고 있다.

#2. “또 술 드신 건 아니죠? 어머니한테 가끔 연락은 하시구요?”.

SH공사 소속 주거복지상담사 최원준(45) 씨는 자신이 맡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순회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입주자의 집을 들러 거주 여건을 살피는 게 주 업무다. 자신의 업무에 대해 “아파트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밝힌 최 씨는 2411가구나 되는 대단지 아파트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상당히 많은 세대를 관리하면서 업무 영역 또한 넓다. 최근 그는 다른 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기초생활수급비를 갈취당하고 구타마저 당한 한모 씨가 자기 담당 아파트로 옮겨오자 총 8개 기관이 연계한 한 씨 주거여건 개선업무를 이끌었다. 그는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한 씨와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한 씨의 어머니를 보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SH공사가 중심에 서고 그밖에 보건소 치매지원센터와 정신건강증진센터, 동주민센터, 구청 통합사례관리팀, 복지관 데이케어센터, 민간 복지관(도시락 지원), 민간 자활센터 등 7개 기관을 한 자리에 모으는 역할을 했다. SH공사는 이런 업무를 하는 주거복지상담사가 총 14명에 불과하자 올해 8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지난 2010년 SH공사가 주거복지상담사 제도를 도입한 이후 줄곧 14명에 머물렀던 주거복지상담사를 한 번에 57% 늘린 것이다. 아직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지만 기존 주거복지상담사들은 인력 충원을 반기고 있다. SH공사는 향후 주거복지상담사를 추가로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SH공사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이라는 기존의 주된 업무영역에서 ‘도시재생’과 ‘주거복지’로 정체성을 크게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산하 18개 기관에 대한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기관별로 실정에 맞는 혁신안을 마련해 혁신약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SH공사는 지난 3월 18개 기관 중 가장 먼저 자체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 혁신안 또한 기존 택지개발과 주택건설 업무보다는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에 방점을 찍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혁신안 마련 시기가 변창흠 신임사장 취임 시기와 맞물려 변 신임 사장은 혁신안 마련에 더욱 공을 들였다는 전언이다.

SH공사가 밝힌 5개 분야 혁신방안은 ▷촘촘한 주거복지 ▷맞춤형 도시재생 ▷안심 주거서비스 ▷건전한 재정기반 ▷청렴 및 인사혁신으로 이뤄진다. 그 중 단연 주거복지 서비스가 최우선 순위에 있다.

주거복지 서비스는 SH공사의 임대주택 관련된 내용으로 기존 입주자 총 17개 단지 2만2000여 가구의 거주여건 개선, 임대주택 공급 확대, 임대주택 수혜계층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SH공사는 향후 공공임대 6만호, 민간임대 2만호 등 임대주택 총 8만호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 임대주택 수혜층 요건을 갖추지 못한 1인 가구, 시설장애인, 노숙인 등을 위한 맞춤형 공동체주택 약 1만호를 2018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1인 가구를 위한 공공기숙사, 준주택 등을 내년부터 매년 2500호씩 3년간 7500가구, 장애인과 노인 및 노숙인을 위한 자립생활 지원형 주택 등을 내년부터 매년 300호씩 3년간 9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홍동환 SH공사 서부지역 주거복지단장은 “현장의 11개 주거복지센터가 사안별로 일일이 SH공사 본사와 업무를 조율하다 보면 비효율적인 면이 불가피하게 나타나게 된다”며 “앞으로는 주거복지단 차원에서 센터 업무를 신속히 결정할 수 있게 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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