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경제인구 1/4이 실업자…남유럽(PIGS) 좌파정권 득세
뉴스종합| 2015-05-27 09:22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허리띠를 졸라매며 재정위기를 넘기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이 대규모 실업문제에 직면했다. 4명중 1명이 실업자일 정도다.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개혁을 내세운 좌파 정치세력이 잇따라 집권에 성공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벗어난 다른 유럽국가들에서는 우파 정권이 들어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7일 국제 금융시장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스페인의 지난해 실업률은 24.46%로 집계됐다. 스페인 실업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계속 상승했다. 2009년 17.86%이었던 실업률은 2011년에 21.42%에 이르렀다. 이어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24.82%, 26.11%로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실업률이 상승하는 동안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1∼2013년 계속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리스 경제도 스페인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그리스의 실업률은 26.56%로 2013년(27.52%)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2008년 7.80%, 2009년 9.63%, 2010년 12.72%, 2011년 17.88%, 2012년 24.56% 등으로 계속 올라갔다.

그리스의 경제성장률 역시 지난해(0.75%)를 빼고 2008년(-0.40%)부터 5년 연속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2011년(-8.90%)과 2012년(-6.55%)에는 6% 이상의 역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포르투갈의 실업률(13.90%)도 10%를 넘었다. 포르투갈 실업률은 2008년 7.60%, 2009년 9.48%, 2010년 10.80%, 2011년 12.70%, 2012년 15.55%, 2013년 16.18% 등으로 상승했다.

최근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 등이 참여한 좌파 연합이 주요 도시 의회를 장악했다. 좌파 연합은 2011년 스페인 정부의 긴축 조치에 항의한 ‘분노하라’ 시위를 이끈 지도자들이 모여 만든 세력이다.

포르투갈에서는 그리스의 시리자와 닮은꼴인 사회당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10월 총선이 예정된 포르투갈에서 긴축 반대, 세금 감면 등을 외치는 사회당이 여론 조사 결과에서 앞서고 있다.

포르투갈에서 사회당이 집권하면 구제금융 문제와 관련해 채권단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이른 바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포렉시트’ 가능성이다.

반면 서유럽 국가인 영국과 독일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4.30%) 마이너스를 나타냈지만 이후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했다. 실업률도 2008년 5.60%를 기록한 뒤 2009년(7.51%), 2010년(7.88%), 2011년(8.06%)까지 상승세를 보였지만 2012년(8.04%)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6.33%까지 떨어졌다.

독일 경제지표도 영국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냈다. 독일은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5.60%)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2010년에는 부진에서 벗어나 GDP 증가율이 4.10%에 이르렀고 2011년(3.60%), 2012년(0.40%), 2013년(0.10%), 2014년(1.60%) 등 이후 꾸준히 성과를 냈다. 독일의 실업률도 2009년(8.13%)을 고점으로 하락해 지난해 6.69%로 떨어졌다.

남유럽 국가들이 ‘좌향좌’로 돌아선 것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나아지지 않은 경제 상황과 높은 실업률에 대한 실망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실업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극우나 극좌 정당의 지지율이 1%포인트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과 지지율 사이 상관관계는 그리스에서 그대로 들어맞았다.

시리자는 구제금융 이전(2010년) 득표율이 5%에 못 미치는 소수 정당이었지만 2012년을 전후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그리스의 실업률은 2008년 이후 해마다 2~5% 포인트씩 오르다 2012년에는 7% 포인트 가량 급증했다.

재정 긴축으로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는데 경기 회복에 따른 과실은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만 집중되자 남유럽 국가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커졌다.

임 연구위원은 “그리스 위기가 다른 악재와 결합되거나 유럽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확대되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변동성 증대는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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