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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고 쉽게 지워지는 차선’…알고보니 불량도료
뉴스종합| 2015-05-28 17:40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쉽게 지워지는 불량 도료를 사용해 차선 공사를 한 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28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 구청과 도로사업소들이 발주한 노면표시 공사에서 불법 하도급과 부실 시공이 이뤄진 것은 74건, 공사액은 총 183억원에 달한다.

공사는 1∼8억원 규모로, 강변북로나 내부순환로 등 주요도로부터 동네 작은 도로까지 차선을 그리는 공사다.

경찰에 적발된 이모(48)씨 등 79명의 일반 도장업자들은 대부분 아파트 외벽도장 등을 하는 업체다.

이들은 노면표시 공사를 직접 할 능력이 없었지만 도장공 사업면허만 있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 공사를 따낸 후 공사액의 25∼30%를 수수료로 받고 브로커 박모(43)씨나 전문 시공업체에 공사를 넘겼다.

일반 시공업체와 전문 시공업체의 다리 역할을 한 박씨는 5∼10%의 알선 수수료를 다시 챙겼다.

공사를 넘겨받은 전문 시공업체들은 여러 곳에 수수료를 떼인 탓에 원래 책정된 공사액의 60%에 불과한 돈을 갖고 값싼 도료를 사용, 이익을남겼다.

이들이 사용한 도료는 아파트 주차장 선을 그릴 때 쓰이는 도료로, 노면표시용 특수도료보다 훨신 빨리 마모된다.

차선이 마모되면 밤에 차선이 잘 보이도록 뿌리는 유리알 등도 함께 벗겨져, 밤이나 비가 올 때 운전자들 눈에는 차선이 잘 안 보일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 위험도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경찰은 이러한 수법으로 공사비 16억여원을 챙긴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전문 시공업체 대표 유모(49)씨를 구속하고, 정모(42)씨 등 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불법 하도급을 한 79명의 일반 도장업자들도 불구속하고, 브로커 윤씨는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시공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지 않은 감리업체 등도 직무 유기 등 혐의가 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갖춘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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