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100조원대 지하경제 ‘악마의 손’ 당신을 노린다
뉴스종합| 2015-05-29 11:17
서민들 주머니 노리는 불법도박…해외에 서버 두고 우후죽순 활개
갈수록 수법 교묘 적발 어려워…전문가 “범정부 단속체계 구축을”


불법 도박시장이 우후죽순 커지고 있다. 시장 규모만 100조원대에 이른다. 수법은 갈수록 은밀해져 IT업체로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지경이다. 사설 스포츠 토토와 같은 불법 도박사이트는 휴대폰 검색만으로도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바른사회 캠페인’ 차원에서 불법 사행산업을사회악으로 간주하고 상ㆍ중ㆍ하에 걸쳐 그 해법을 제시한다.

지난 27일 4200억원대 도박판을 벌인 불법사이트 운영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중국 웨이하이에 A소프트 유한공사라는 법인을 설립한뒤 상하이와 옌타이 등지에 지역본부를 두고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로 서민들을 울렸다. 심지어 유망 IT기업이라며 채용 사이트에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내기도 했다.

프로농구 전창진 감독은 최근 불법 스포츠토토에 연루돼 승부조작 혐의를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13년 도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강동희 전 감독은 달콤하지만 위험천만한 불법도박 유혹에 빠져 한꺼번에 공든탑을 망가트린 경우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강력하게 단속하되 시대흐름에 걸맞은 첨단기법을 동원할 것을 주문한다.

▶불법도박 잡으면 공무원연금도 해결=“100조원이 넘는 불법도박 시장을 막으면 공무원 연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불법도박 확산방지 국제심포지엄’에서 홍덕화 중독예방시민연대 대표가 한 말이다. 그만큼 불법 도박이 큰 규모로 자랐다는 방증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58조2000억~95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불법 하우스도박이 19조3000억원(25.7%), 불법 사행성게임장이 18조7000억원(24.9%), 불법 인터넷도박 17조1000억원(22.8%), 사설 스포츠토토가 7조6000억원(10.1%) 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이미 100조원 대를 훌쩍 넘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불법도박 시장이 최대 지하경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인터넷을 활용한 불법 도박이나 사설 스포츠토토는 더 빠른 속도로 번식한다.

▶불법도박 사이트 손쉬운 접근이 문제=불법도박의 중독성이 문제다.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1회 베팅액이 최대 10만원으로 제한되는 합법 ‘스포츠토토’와 달리 불법 도박은 베팅 상한이 없다. ‘게이머’ 입장에선 마약 그자체다. 잃어도 잃어도 ‘한탕’ 과 ‘대박’의 심리를 저버리기 어렵다.

접근성 용이는 더 큰 문제다. 가정에서도 이뤄져 평범한 주부들을 파멸로 모는 예가 숱하다. 나이나 직업 불문하고 누구든 검은 덫에 걸려들 환경이 조성돼 있다. 실제로 불법 도박사이트에 빠진 이들은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경찰이 최근 적발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베팅한 이들 112명을 보면, 고액 혐의자 중 절반 이상이 회사원이고, 군인이나 연구원도 포함됐다. 이들은 4000만원 이상은 보통이고 많게는 4억2000만원을 탕진하기도 했다. 20∼30대가 97명에 이른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법 도박사이트 근절은 거의 불가능하다.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이 어렵다. 운영자가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이용해 단골 고객에만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 잠깐 영업한 뒤 사이트를 폐쇄하고 자취를 감춘다. 말그대로 신출귀몰하다.

전문가들은 보다 체계적인 단속체계 구축과 모바일 등 변화된 환경에 맞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석구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도박이 단순한 풍속범죄가 아니라 경제범죄나 조직범죄라는 현실을 직시해 불법도박을 전담하는 범정부적인 단속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랭킹뉴스